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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사이드, 축구로 세상보기![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 12] 문화평론가 정윤수 편

   
▲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 축하시 - 귄터 그라스, 독일의 시인소설가, 199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다양한 예술과 문학 자료를 통해 축구라는 스포츠를 이보다 심도있게 그리고 재미있게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한국에 몇이나 있을까?  축구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던 사람마저 단 한 번의 이야기로 축구에 빠져들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정윤수’다.

그가 이번 ‘재미있는재단’의 12번째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을 위해 준비해 온 이야기에는 학술자료 못지않은 축구에 대한 연구와 고민이 녹아 있었지만, 자칫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 심도깊은 사회적 이슈를 축구와 연결해서 설명하는데 그는 단 한 번도 막힘이 없었다.  마치 90분의 축구 경기를 보는 것처럼 그의 이야기는 관중들을 숨죽이고 집중하며 서서히 열광하게 만들었다.  ‘축구의 단순함’이라는 미학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 속의 억압과 극단의 여러 양상을 새롭게 눈뜨게 해 준 그의 이야기는 마치 현 시대에 점점 결핍 되어가고 있는 이성의 빛을 되찾게 만드는 한 줄기 등불 같았다.

   
▲ 강연중인 정윤수 평론가

역 오리엔탈리지즘이 진행중인 한국

“한 사람의 멘트 속에는 한 시대의 의식이나 잠재가 다 들어가 있어서...”
우리나라 공중파 캐스터들이 유럽 선수들이나 감독을 묘사할 때는 “지략가, 명장, 덕장, 스타플레이 의식이 있다”는 표현을 쓰며 그들의 지략이나 팀 스케일까지 묘사하는데, 아프리카 선수들을 표현할 때는 “원시적인 힘이 있다, 탄력이 넘친다, 스피트가 넘친다”는 식으로 그들의 육체성과 피부색깔로만 묘사한다고 정윤수는 말한다. 예를 들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아프리카 팀에 대한 각 공중파 방송들의 안내멘트를 보면 거의 “아프리카 팀을 18세기에서 온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면서 우리에게 지금 억눌려 있는 그 반작용이 오히려 역 오리엔탈리즘( ※ [Orientalism] 원래 유럽의 문화와 예술에서 나타난 동방취미(東方趣味)의 경향을 나타냈던 말이지만, 오늘날에는 제국주의적 지배와 침략을 정당화하는, 서양의 동양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태도 등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 두산백과)으로 내면해 있다고 경고한다.


울트라스 집단 / 파시스트

“축구를 좋아하는 일반적인 ‘팬’에서, 좀 더 열심히 응원하는 ‘서포터즈’가 있고, 열혈 서포터즈보다 한 걸음 더 낳아간 ‘홀리건 (두산백과: Hooligan 축구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무리들을 일컫는 말)’이 있고, 유럽에서는 조직적으로 의도적으로 축구장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집단인 ‘울트라스(Ultras)’가 있다.”

축구를 사랑하는 ‘팬’에서, 축구를 지지하는 ‘서포터즈’로, 그리고 그 단계를 하나씩 넘어가면 난동을 피우는 ‘훌리건’과 폭력적 성향을 띄는 ‘울트라스’라는 조직이 있다.  축구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생소한 단어지만 정윤수는 역사를 되짚어 보면서 어떻게 이런 집단들이 형성되었고, 현재 어느 정도의 위험 수위에 도달했는지 폭력적이며 파시스트 성향을 보이고 있는 최근 유럽의 경기장의 영상을 보여주면서 그 사회적 심각성을 설명했다.

“일상의 답답함을 축구장에서 풀고자 하는 해방의 의지를 회수권 한장의 차이로 한 발만 더 낳아가면 그곳이 바로 유럽의 축구장입니다. 과연 이런 곳에 가서 우리가 서 있을 수 있을까요?  만약 가까이 갔다면 유색인이라서 맞을지도...우리는 여기 못 가 있습니다.”

정윤수는 덧붙여 경기 중 관중석에서 횃불을 지펴 순식간에 관중석을 불바다로 만드는 ‘울트라스’라는 팬들의 위험하고 극단적인 행동과 나치식 거수 세레머니를 하는 일부 선수들의 광기서린 경기장의 영상과 사진을 보여주면서 말한다.  “광기의 세계가 바로 축구입니다...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 영국 역사학자)은 18세기는 자본의 시대, 19세기는 혁명의 시대, 20세기는 극단의 시대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의 <1780년 이후의 민족과 민족주의>라는 책을 보면 한 4 페이지에 걸쳐서 영국 축구의 상황과 세계 축구의 상황에 대해 서술한 게 있습니다...이분이 ‘21세기에 민족주의, 극우파, 인종차별, 경제불황, 주류 백인인 젊은 세대들이 자기 능력 때문이건 혹은 사회적 불안 때문이건 제자리를 잡지 못했을 때 나타 날 수 있는 가장 첫 번째 양상은 인종차별로 시작되고, 그룹핑(※ [grouping] 형태 심리학(Gestalt psychology)에서 말하는 군집의 법칙(law of grouping)은 구성 요소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보다는 함께 존재하려고 하는 성향 또는 지각하는 사람들이 일정한 규칙에 따라 부분들을 결합시키려 하는 경향을 말한다. 1923년 베르트하이머(Max Wertheimer)에 의해 처음 기술되었으며, 근접성(nearness, proximity), 유사성(similarity), 연속성(continuation), 폐쇄성(closure), 공통성(common fate)의 법칙 등 다섯 개의 하위 개념이 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이 정당의가 되서, 파시스트 정권을 세우는 순서로 밟아 나갈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 많은 경로가 있고 포기되기도 하고, 이걸 단계라고 할 수 는 없지만 앞에 두 징후는 벌써 보이고 있는 중입니다.”

 

   
 

축구장의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

2013년 5월 13일, AS 로마 팬들이 AC 밀란의 ‘마리오 발로텔리’와 ‘케빈-프린스 보아텡’ 선수에게 경기 중 극심한 인종차별 모욕을 안겨주어 주심이 경기를 1분정도 중단시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 중 인종차별의 모욕을 참으며 조용히 해달라는 제스처를 취하는 마리오 발로텔리 선수의 사진을 보여주면 정윤수는 말한다.

“이게 지금 이탈리아의 상황입니다. 그럼 여러분이 ‘이탈리아는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축구 때문에 개판이구나’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다른게 다 개판이여서 축구가 그런겁니다. ‘우리 사회가 다 괜찮은데 일배 중 개판인 애들이 등장했구나’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퇴행하고 개판으로 가니깐 마음 속으로 가지고 있었으면 건강하지 못하는 것들이 집단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게 축구장이 문제이거나 일배의 문제가 아니라, 이탈리아 사회 전체가 문제고 우리사회의 급격한 퇴행성이 문제인 것입니다.”

또 다른 예로 최근에 영국 선덜랜드 팀의 감독으로 부임한 ‘파올로 디 카니오’에 대한 이야기도 유럽 축구의 심각성을 말해줬다.  카니오 감독은 2005년 1월 6일 SS 라치오 선수 생활 당시 AS 로마를 3-0으로 물리친 뒤 오른팔을 쭉 뻗는 파시스트 경례를 하는 골 세레머니를 하고 수차례 파시스트와 무솔리니를 찬양하는 발언과 행동을 한 경력이 있었다.  그래서 2013년 카니오 감독의 부임 소식에 선덜랜드 팀의 부회장이었던 노동당의 ‘데이비드 밀리밴드’가 부회장직을 내던진 사건이 발생했다.  선덜랜드는 2차 세계대전 때 수 많은 인명 피해를 당한 지역이자 1980년대 영국 노동운동을 이끌었던 지역이다.

21세기 이탈리아 축구계가 인종차별과 파시즘으로 위기에 처해있다. 이는 이탈리아와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으로 사회가 병들어 가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만약 이런 사회적 현상과 문제를 전 세계가 묵인하고 또는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 현상의 끝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상상을 해보면 끔직하기만 하다. 이는 분명 유럽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도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하는 새로운 시대에 접근한 것이다.

이번 이야기 전은 이제 한국에서도 더 이상 생소하지 않은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를 극단적이고 공격적으로 흘러가는 유럽 축구 경기장의 단면을 통해 곱싶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어서 더욱 더 의미가 깊었다.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전 세계가 열광하는 ‘축구’가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되기 위해서는 ‘축구를 사랑하는 문화평론가’ 정윤수의 마무리 화두처럼 ‘한국사회의 문제들...사회의 민주적인 발전인가?  퇴행적인 역행인가?  우리가 조절하고 나아가야 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  또는 ‘축구장에서 분출되는 열정이 퇴행해가고 있는 사회를 반영하는 파시스트 적인 것으로 비유될 수 있는 관점과 가능성’에 대하여 한 번쯤 고민 할 수 있는 시간을 통해 건강한 한국의 축구 팬 정신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의 청중을 위해 심도 있는 사회적 화두를 남겨 준 정윤수에게 감사를 전한다.
 

재미있는 재단  cnatkdn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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