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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검찰 다녀온 시인의 시를 잃는다’시인 안도현, “나 같은 시인 하나 시 안 써도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 안도현 트위터

눈치코치 없이 아무 데서나 피는 게 아니라

개망초꽃은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

이곳 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고 하지만

개망초꽃을 개망초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

개망초꽃은 핀다


더러는 바람에 누우리라

햇빛 받아 줄기가 시들기도 하리라

그 모습을 늦여름 한때

눈물 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이 세상 한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훗날 그 보잘것 없이 자잘하고 하얀 것이

어느 들길에 무더기 무더기로 돋아난다 한들

누가 그것을 개망초꽃이라 부르겠는가. -안도현, ‘개망초꽃’ 모두


위태위태… 아찔아찔… 한 시인과 새롭게 들어선 정권 사이에 팽팽하게 밀고 당기던 긴장이란 끈이 결국 툭 끊어지고 말았다.  시인 안도현이 지난 4일 트위터에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단 한 편도 쓰지 않고 발표하지 않겠다.  맹세한다”고 밝힌 것이다.  안도현은 이어 “나 같은 시인 하나 시 안 써도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다만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라고 못 박았다.

시인 안도현은 5일에도 “박근혜나 이명박 따위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나는 차라리 욕먹는 종북세력으로 낙인 찍혔으면 좋겠다”라며 “파렴치한 것들이 베푼 은혜를 감사하면서! 이런 직설법으로 살 수밖에 없는 나라에서는”이라며 박근혜 정부를 거칠게 꼬집었다.  시인 안도현이 이렇게까지 빡세게 나가는 까닭은 무엇일까.


정치 검찰이 국정원 사태 물타기 하기 위해 무리한 기소… 나는 무죄

시인 안도현과 박근혜 정부 사이에는 지난 해 12월 대선 때부터 시작된 묘한 악연이 있다. 안 시인이 지난 대선 때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을 때 새누리당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후보가 안중근 의사 유묵을 소장하거나 유묵 도난에 관여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기 때문이다.

안 시인은 그 일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검찰에 출두당하는 등 곤욕을 치르다가 지난 6월 13일에는 전주지검으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까지 당했다. (사)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는 이때(14일)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라는 성명서를 냈다.

작가회의는 이 성명에서 “지난해 12월 안도현 시인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 당시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및 비방에 해당한다는 것”이라고 말문을 연 뒤 “문제가 된 글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사라진 보물 제569-4호 안중근 의사 유묵의 소장자가 박근혜 후보라는 기록이 각종 도록과 학술논문에 적시되어 있으니 당사자가 유묵의 소장 경위와 도난 경위 등을 자세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라고 되짚었다.

작가회의는 “이 글의 어떤 부분이 허위사실 유포 및 비방에 해당한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우리는 대선 후 많은 이들이 법적 보복에 무방비로 노출된 현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벌써 몇 번째인가. 정권교체를 바라는 젊은 시인과 소설가 137인의 성명서를 문제 삼아 기소한 일도 그러하고 안도현 시인을 기소한 일도 그러하다”고 꼬집었다.

작가회의는 또 “우리가 이 사태를 심각하게 여기는 이유는 시인과 소설가를 기소해서가 아니라 원천적으로 검찰이 표현의 자유를 압살하려 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광경과 작가의 양심이 권력에 위협받는 상황을 처참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시인 안도현은 이때(2일) 트위터를 통해 “공판 날짜가 정해졌다. 7월 11일 오전 10시 45분, 전주지법에 이광철, 서누리 변호사와 함께 나간다”라며 “정치 검찰이 국정원 사태를 물타기 하기 위해 얼마나 무리한 기소를 했는지 밝힐 것이다. 나는 무죄다”라고 적기도 했다.


시인이 시 안 쓰는 행위도 현실에 참여하는 일 될 수 있다

   
▲ 시인 안도현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인데, 당선인인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처벌할 게 있으면 처벌해야 하는데 침묵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정통성까지도 의심을 해봐야 할 단계인 거 같다는 생각이다. 박 대통령이 현안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국민한테 밝힐 필요가 있다.”

시인 안도현은 8일(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도 “민주주의의 후퇴 상황에서 미적인 형식과 내용을 두고 스스로 절벽 앞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도 말하기도 했다. ‘절필 선언은 왜 했나’라는 물음에서는 “앞으로 시를 영영 안 쓰겠다는 건 아니다. 트위터에 있는 그대로 박 정부 기간에는 안 쓰겠다는 것”이라며 “시를 쓰는 것도 현실참여일 수 있지만 안 쓰는 행위도 현실에 참여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누리꾼들도 시인 안도현 절필선언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줄줄이 드러내고 있다. 누리꾼 ‘양** @soju***’는 “안도현 시인이 결국 ‘절필 선언’ 했다”라며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들 중에 가장 기억 남는 건 역시 ‘연탄불’이었다. 박근혜 정권 끝날 때까지 무려 4년 동안 그의 작품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도 한탄스럽다”고 적었다.

누리꾼 ‘***@kimh***’는 “감성은 삶의 여백 같은 것. 비어 있는 것. 실과 허가 하나가 되어야 음양이 이루어지듯이 감성은 삶에 있어서 채워야 할 보이지 않는 믿음 같은 것”이라며 “꼭 필요한 것. 감성을 채우고 싶으신가요? 안도현님의 시를 꼭. 권합니다”라고 썼다.

누리꾼 ‘***sweetvoc***’는 “2분전 김대중은 정치 못해먹겠다, 노무현은 대통령 못해먹겠다, 안도현 시인은 절필하겠다, 이런 상황에서도 민주당은 종북 못해먹겠다는 소리는 죽어도 안 하는군요”라며, 오히려 민주당을 비꼬았다.

누리꾼 ‘***@GObaln***’는 “안도현 ‘朴이 대통령인 나라서 詩 안 써’ ‘절필’ 선언 : 불의 횡행 ‘참담’ 현실…‘詩 붙드는 것 괴롭다’”고 드러냈고, 누리꾼 ***@cong***‘는 “천둥 번개 비 창밖이 연극 무대조명처럼 번쩍인다 박정희 전두환 때도 시를 썼던 안도현 그때도 검찰에는 끌려가진 않았다 이제 검찰 다녀온 시인의 시를 잃는다 너무 아프다 ㅠㅠ”라고 적었다.

안타깝다. 한 시대 탁월한 시를 쓰는 시인이 지금 정권에서는 시를 쓰지 않겠다는 것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가장 큰 저항이자 마빡을 들이민 싸움이다. 하루 세 끼 멀쩡하게 밥 잘 먹던 사람이 무슨 일 때문에 큰 충격을 입어 갑자기 단식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수많은 독자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시인이 오죽 화가 났으면 절필선언을 하겠는가.

시인 안도현은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낙동강'이,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그대에게 가고 싶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리운 여우> <바닷가 우체국>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등이 있다.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 등을 펴냈으며, 제1회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제13회 소월시문학상, 제1회 노작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지금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이소리 글꾼(lsr21@naver.com)

원문보기 :  www.moonhagin.com/
 

문학in  ls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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