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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H 교수 사건, 변화는 학생들로부터…대학은 학생들의 대학이어야 한다
   
▲ 고려대 커뮤니티 사이트 '구플존' 캡쳐

2012년,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실제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는 일이었음을 보도한 적이 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의미가 큰 부분은 어떤 이유가 있었기에 학생들까지 모두 성추행임을 확신하였느냐는 것이다. 대학원을 넘어 학부 총학생회까지 나서 대자보를 붙이고 기자회견까지 자처하고 나섰다는 것은 돌이켜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일부의 선동이 있지 않았느냐는 추측을 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고려대 측의 처분도 상식적이지 않다. 이미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경찰도 검찰도 불기소 처분을 했고, 교수로서 참지 못할 만큼 수모를 당한 H 교수는 해당 여제자와 관련 교수까지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무고죄 등으로 고소하였고, 이미 약식명령까지 나오기도 한 2013년 2월에 H 교수를 해임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한 취재와 보도를 해오면서 느낀 가장 큰 문제의식은 사실 우리 언론들이다. 화제가 될만할 때는 마녀 사냥하듯, 진실이 무엇인지 관련 없이 온 신문과 방송이 떠들더니, 막상 진실이 드러나는 이 시점에는 침묵하고 있음을 보면, 화젯거리가 되느냐 안 되느냐가 보도 기준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성추행 의혹 사건이 아니라 우리 대학 문화와 교수 등 지식인 사회, 이를 넘어 교육 행정 부분까지 엄청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바, 앞으로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 언론들은 이 사건을 다뤄야 마땅할 것이다.

지난 3월 12일, 고려대 세종캠퍼스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그동안 보기 드문 글이 하나 올라왔다. "H 교수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Governor라는 필명의 글쓴이가 올린 글의 내용을 보면, 글 작성자는 자신이 그동안 알았던 사실들이 잘못된 것이었으며, 비록 악의를 가지고 댓글을 쓴 것은 아니지만, 당시의 댓글로 말미암아 H 교수가 상처입은 것에 대한 사과와 함께, 그동안 제대로 된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대학 내 모든 당사자와 언론을 질타하는 내용이다.

한편, 이 글에 달린 댓글을 보면 성추행 관련 일은 이미 다 마무리된바, 복직소송 중이며, 다른 댓글에는 여제자가 오히려 H 교수보다 연상의 여성임을 언론 보도로 알고 눈을 한번 비볐다는 등의 글이 달렸다.

대학원총학생회, 학부 총학생회, 강사, 교수, 학교 측도 모두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에 학생의 신분을 밝혀 이런 글을 올렸다는 점은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다. 사회적 책임이 더 크다 할 소수들이 거짓으로 선동하더라도 진실은 드러나게 되어 있고, 이 과정이 다른 곳이 아니라 학생들의 자각으로부터 시작된다면, 이것이야말로 대학 문화의 정상화로 가는 진정한 촉매 역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학은 재단과 보직교수, 교수와 강사들의 대학이기 이전에, 학생들의 대학이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우리 사회가 자각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아래는 해당 글의 전문이다. 

원문 링크 : http://www.kuplezone.com/bbs/board.php?bo_table=01_1&wr_id=153812&page=2#


H 교수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작성자: Governor 작성일: 2014-03-12 12:47:13


지난 1월 8일, 저와 관련된 불미스런 일에 대해 H교수님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제작년 쿠플존에 작성한 제 댓글에 관해서였습니다.

그리고 한 번 찾아뵙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 분을 뵙기 전에 전 개인적으로 인터넷 신문 기사 등의 관련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그 결과 제가 그 동안 알았던 사실들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가해자 중 한 사람으로서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
교수님을 뵙고 제가 몰랐던 사실 또는 간과했던 사실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강사 A가 교수님보다 연상이란 점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점 또한 엄연한 사실이지만 중요시 되지 않았습니다.

언론이나 대학원 총학생회 또한 이 점을 주목하거나 인지하지 않고 고의적으로 H교수님에 대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했습니다.

이는 언론과 대학원 학생회가 직시하여야 할 사실이며 이를 고의적으로 누락 또는 무시한 잘못이 큽니다.

만약 그들이 현재까지 자신들이 당당하며 자신들이 알고 믿는 사실이 맞다고 생각한다면 떳떳이 나와 진실과 대면해야 합니다.
또한 대학원 총학생회, 학부 총학생회, 언론은 H교수를 규탄하거나 그에 대해 부정적인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리면서도 제대로 된 사실확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출처도 불명확한 추측성 보도를 쏟아내고 학교측을 집회 등의 수단으로 압박했습니다.

아울러 A강사 측은 자료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고 단지 일방적인 주장만 일삼았습니다.

또 원총이나 학부 학생회, 언론은 그 자료를 검증하거나 확인하지 않고 A강사 측의 주장만 대변했습니다.

저 또한 그랬던 사람 중의 하나지만 이제 진실과 마주치려 합니다.

이에 대한 책임소재 또한 명백히 밝혀져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A가 B교수랑 친하단 점 또한 이들이 간과했던 점입니다.

B교수는 H교수의 반대 지점에 서 있는 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이 사실들을 알려고 하지 않거나 고의적으로 무시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추정이긴 하나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볼 때 교수님들 사이의 갈등 또한 이 사건과 관련된 요소라 생각됩니다.
H교수님과 얘기를 나누며 그동안 제가 많은 오해를 갖고 있었단 걸 깨달았습니다.

지난날 사실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덧글을 작성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죽는다'란 말이 있듯이 비록 제가 악의는 없었지만 그 글로 인해 상처입은 H교수님의 심정은 그 어떤 말로도 위로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그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된다면 전 제 진심을 다해 교수님께 사과드릴 것입니다.

끝으로 이후에 이와 관련한 악성 소문이 없길 바라며 교수님의 명예가 회복되길 바랍니다.

 

박정원 편집위원  pjw@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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