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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진짜 암이고 원수인가?-선행학습금지법의 교훈-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3월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통해 쓸데없는 규제와 전쟁을 선포한 바로 그 다음 날(3월11일), 박근혜 대통령, 정홍원 국무총리, 서남수 교육부 장관의 이름으로 일명 ‘선행학습금지법’을 공포했다. 정식 명칭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법률 제12395호)이다. 이 법안은 오로지 한국에만 있는 전형적인 갈라파고스 규제인데, 정부 규제정보 포털에는 규제로 등록되지 않았다. 2014년 4월 현재 교육부 규제는 471개로, 2013년 말과 같기 때문이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학교의 장은 학생이 교과용 도서의 내용을 충실히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선행교육에 대하여 지도ㆍ감독하여야(제5조).

나.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 및 방과후학교 과정에서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평가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학원, 교습소 또는 개인과외교습자는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 또는 선전을 하여서는 안 됨(제8조).

다. 학교의 입학전형은 해당 학교 입학 단계 이전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서는 아니 되고, 동 입학전형에 대한 선행학습 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함(제9조).

라. 국립학교 및 대학 등의 선행교육 또는 선행학습 유발행위 여부 등에 대한 심사ㆍ의결을 위하여 교육부장관 소속으로 "교육과정 정상화 심의위원회"를 설치ㆍ운영함(제11조).

마. 학교의 선행교육 또는 선행학습 유발행위 여부 등에 대한 심사ㆍ의결을 위하여 시ㆍ도교육감 소속으로 "시ㆍ도 교육과정 정상화 심의위원회"를 설치ㆍ운영함(제12조).

바. 교육부장관 또는 교육감은 교육 관련기관이 선행교육을 하거나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행위를 한 경우 시정이나 변경을 명할 수 있고, 교육 관련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된 기간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관련 교원 징계, 재정지원 중단 또는 삭감, 학생정원 감축, 학급 또는 학과의 감축ㆍ폐지 또는 학생 모집 정지 조치 등을 할 수 있도록 함(제14조).


4월 9일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했는데, 그 주요 내용은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출제하면 학교에 지원하는 예산을 줄이고, 대입 논술•면접에서 고교 수준을 넘어선 내용을 출제하는 대학은 정부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입학 정원을 10% 줄이며, 선행 교육을 실시하거나 선행 문제를 출제한 교사는 징계를 받는다’는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다.

이렇듯 법령은 지도ㆍ감독, 금지, 심사, 징계 등 규제로 점철되어 있다. 법안은 학원, 교습소 또는 개인과외교습자 등 사교육 기관의 선행학습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유발하는 광고•선전을 규제한다. 사실 그 이상을 규제할 수도 없다. 또한, 공교육 기관에서의 선행교육(진도 빨리 빼기 등)은 확실히 통제될 수 있을 것이다. 눈치 빠른 사람이나 현실을 아는 사람들은 단박에, 이 법 때문에 사교육에 대한 수요는 더 늘어나겠다고 전망할 것이다. 이유는 뒤에 설명할 것이다.

법안은 교육부 장관과 시ㆍ도교육감 아래 ‘이현령비현령’이 되기 십상인 “정상화” 심의권을 주었다. “교육과정 정상화 심의위원회”가 그것이다. 이를 통해 대학이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나는 논술•구술면접 문항을 출제하는 것을 규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의 안과 밖을 구분하기가 그리 쉽겠는가? 그것도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입학하기 위해 살인적인 경쟁이 벌어지는 현실에서! 분명한 것은 모호한 규정은 전적으로 관료와 규제 기관의 권능 확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안의 ‘제정이유’를 보자.

사교육을 통한 선행학습은 학교의 수업시간에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하고, (중략) 전인적 교육을 통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교육목적에도 어긋나며, 교사들의 정상적 수업을 방해…… 내신 기록의 활용으로 상급학교 진학 및 진로 등이 신뢰할 수 있는 과정을 통해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나……. 사교육 경험을 전제로 한 학교수업 시행, 교육과정을 벗어난 범위와 수준에서의 시험출제, 대입 전형의 논술ㆍ적성ㆍ구술시험 등에서 고교 교육과정의 내용을 벗어난 시험출제 등으로 선행학습이 조장되고 있는바,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선행교육을 규제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이 법을 제정.

이상의 ‘제정이유’를 보면 주된 규제 대상(공교육 기관의 선행학습)과 법안의 목적(사교육을 통한 선행학습 규제, 공정한 경쟁, 전인교육, 공교육 정상화)이 잘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교육 관련된 학생과 학부모, 사회와 시장의 고통과 불만을 “공정한 경쟁” 문제로 좁혀 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교육과정, 교원 등을 ‘공정성’의 이름으로 국가(중앙정부) 규제로 칭칭 감아버렸고, 이것이 학생, 학부모의 요구와 충돌하면서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게 되었는데, 또 ‘공정성’의 이름(선행학습금지법)으로 교육 현장에서 약간씩 완충, 회피할 수 있는 여지를 좁혀 버린 것이다. 그래서 공교육 기관에서는 수준별, 맞춤형 교육은 더더욱 힘들어졌다. 무엇보다도 이 규제의 패악은 약간의 자율성이 보장된 자사고와 특목고보다는 일반고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자사고와 특목고(외국어고•과학고)는 필수 이수 단위가 3년간 77단위(1단위는 한 학기당 주당 1시간 수업)로 일반고의 86단위보다 9단위가 적다. 그만큼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과목을 학교가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다. 국•영•수 등 수능 주요 과목을 고교 1~2학년 때 더 편성할 수 있기에, 선행교육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일반고는 이를 방과 후 수업을 통해 보완해 왔는데, 이 법 때문에 진도를 앞서 나갈 수가 없다. 결국, 일반고는 고3 1학기에, 난도가 더 높은 고3 과정 전체를 마스터하고—이것은 예외로 인정해 준다-- 11월의 수능시험에 응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일반고 학생들은 더더욱 사교육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사교육 걱정을 덜어 드리겠다는 규제 때문에, 입시라는 운명의 한판을 준비하는 학생, 학부모는 더더욱 사교육에 의존하고, 학교 현장은 위선과 변칙이 판치고, 관료의 자의적 권능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더 커진 자의적 권능은 교육부 관료들에게 더 많은 젖과 꿀(전관예우)을 보장한다는 것은 불문가지!

이 법안은 입시 경쟁이 사람의 명운을 좌우하는 상황이 변하지 않는 한, 요구나 수준이 천차만별인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을 하려는 의욕적인 학교와 교사가 금을 밟을 가능성이 많다. 반면에 무사 안일한 학교와 교사는 만수무강할 가능성이 많다. 이래도 월급이 나오고 저래도 월급이 나오며, 정년도 보장되고, 학생은 계속 배정해 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더하다. 학교 현장은 금만 밟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하게 할 가능성이 너무 크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얘기다.

선행학습금지법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 아니다. 지적한 맹점, 허점은 시행령에 많은 예외 조항을 둬서 어느 정도 보완할 수가 있다. 예컨대 일반고에도 자사고와 특목고 수준의 자율권을 주면 된다.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일부 대학과는 충분한 협의를 통해 규제의 ‘이현령비현령’ 시비를 차단하면 된다. 아무튼, 법령을 누더기로 만들어, 과잉, 극성 선행교육에 규제의 초점을 맞추면 지독한 악법 소리는 듣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편익보다 비용이 큰 쓸데없는 규제라고 생각은 되지만…….

내가 이 법을 거론한 것은 ‘수없이 많은 쓸데없는 규제’의 모태가 되는 우리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 사회 전반에 만연한 후진적 철학(사고방식), 저열한 안목, 관료 등 교육 기득권자들의 꼼수와 정치권 및 시민단체의 단견 등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박근혜, 문재인의 공통 공약

이 법안은 박근혜, 문재인의 공통 공약이다. 문재인 후보는 이 법안에 가까운 공약을 하고 있었고, 박근혜 후보는 선행교육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극적 규제’ 안을 갖고 있었는데, TV 토론 과정에서 즉흥적으로 ‘적극적 규제’ 쪽으로 틀었다.

2012년 12월 16일 3차 TV 토론에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 대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시험을 규제하겠다는 공약은 있어도 선행학습 자체를 규제하는 내용은 없다”면서 공세를 취했다. 그러자 박근혜 후보는 “아니다. 있다. 선행 학습을 유발하는 시험을 규제해도 선행 학습은 있을 수 있다,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 잡아야 한다” “(우리) 공약에 그 내용이 있다, ‘선행학습금지법 제정’을 할 것이다”라고 응수했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살펴보니 문 후보의 지적이 틀리지 않았다. 어쨌든 박 후보는 즉흥적으로 ‘선행학습 자체’를 규제하겠다는 공약을 하게 된 것이다. 문 후보와 박 후보의 공약이 근접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 교육시험이 제공하는 권리, 이익과 배제, 차별이 가장 극명해서 살인적인 교육시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에서, 그것도 너무 촘촘한 중앙정부 규제 때문에 생긴 문제를, ‘증상’에 대한 ‘두더지잡기’ 식 방망이질로 해결하려는 것은 너무 단순 무식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두 유력 대통령 후보나 캠프가 한국의 교육 문제의 뿌리와 구조에 대한 통찰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문제가 불거지면 법과 규제라는 망치로 때려서 잡는다는 사고방식이 양 진영에 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사고방식이 유지되는 한, 법령의 맹점이나 부작용을 무수히 많은 예외 인정과 부작용을 땜질하는 다른 규제를 도입하는 악습은 계속될 것이다

사회주의 모순이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분야

규제정보 포털에 등록되지도 않았겠지만, 한국의 교육 관련 중앙정부의 규제는 세계 최다, 최강이 아닐까 한다.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가르칠지는 지자체도, 교육감도, 교장/교사도 손댈 수 없는 법령 사항이다. 교육자(교장, 교감, 교사, 장학사, 교육감 등) 자격 요건은 법령의 별표에 정해 놓았다. 학력, 학위와 경력 중심이다.

이 시행령에 따르면 학원 강사가 아무리 잘 가르친다고 해도 학교 정규 교과 과정에 들어갈 수 없다. 아무리 학교 경영 능력이 빼어난 사람도 교장 자격증이 없으면 교장이 될 수 없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가르쳐야 하고, 교과서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검정 또는 인정한 도서로 해야 한다.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에는 교육 주체(교육 기관, 시설, 교육자 자격 등), 교육 과정, 교육 재정(재량권) 등 전반이 상세하게 규정되어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24조 (수업등)

① 학교의 학년도는 3월 1일부터 시작하여 다음해 2월 말일까지로 한다.

제26조 (학년제)

① 학생의 진급 또는 졸업은 학년제에 의한다.

제29조 (교과용 도서의 사용)

① 학교에서는 국가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거나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검정 또는 인정한 교과용 도서를 사용하여야 한다. <개정 2001.1.29, 2008.2.29>

제21조 (교원의 자격)

① 교장 및 교감은 별표 1의 자격기준에 해당하는 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검정·수여하는 자격증을 받은 자이어야 한다. <개정 2001.1.29, 2004.1.29, 2008.2.29>


교원의 자격을 정한 별표 1은 이렇다.
[별표 1] <개정 2013.3.23>
교장·교감자격기준 (제21조 제1항 관련)

교장

중등학교

1. 중등학교의 교감 자격증을 가지고 3년 이상의 교육경력과 일정한 재교육을 받은 사람
2. 학식·덕망이 높은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한다는 인정을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받은 사람
3. 교육대학·전문대학의 학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
4. 특수학교의 교장 자격증을 가진 사람
5. 공모 교장으로 선발된 후 교장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교양과목, 교직과목 등 교육부령으로 정하는 연수과정을 이수한 사람

초등학교

1. 초등학교의 교감 자격증을 가지고 3년 이상의 교육경력과 일정한 재교육을 받은 사람(중략)


이 시행령의 세부규정은 대통령 및 교육관료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부 교육전문가(교수)와 교육 공급자(교사, 교장 등) 단체가 좌지우지하기 마련이다. 관심의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가 악마가 숨어 있는 디테일이다.

교육은 원래 소질, 적성, 가치와 처지, 조건이 천차만별인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기에 기본적으로 수준별, 맞춤형으로 가야 마땅하다. 학교와 교사의 자율성, 열정, 실력이 필수불가결이다. 그런데 규제가 지방이나 학교 차원의 자율성이 없는 국가 단일(획일) 규제에다가 촘촘하기까지 하면, 규제를 온전히 받아 안아야 하는 공교육이 살아나기 어렵다.

그렇다면 자사고, 특목고 등 무수한 규제 예외 지대를 만들어야 한다. 선행교육금지법처럼 기존 규제의 허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규제를 끊임없이 만들어야 한다. 질환의 뿌리는 안 보고, 단지 외적 증상만 보고 이런저런 약을 처방하는 의사들이 시간이 가면서 (약의 부작용 완화를 위해) 점점 더 많은 약을 처방하듯이……

이런 뻔한 문제점에도, 교육에 대한 중앙 정부 통제의 고삐는 꿈쩍도 하지 않을까? 오히려 새로운 국가 단일 규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만 넘쳐날까?

결론만 먼저 말하면 이는 국가주도의 발전체제, 전쟁·분단, 식민통치와 조선의 유산 등이 중첩된 것이다. 교육 공급자/기득권자들의 농간과 법 하나를 바꿔서 교육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려고 하는 교육 개혁가들의 단순무식도 여기에 일조하고 있다. 다시 말해 교육에 대한 중앙통제를 유지해야 할 정치적 이유도 있고, 동시에 권력과 부와 명예로 접근하는 핵심 사다리인 교육시험의 공정성(공평한 기회)에 대한 열망이 규제로 응결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송나라)과 한국(조선)에서는 과거시험은 권력과 부와 가문의 영광으로 가는 관료 충원 수단이었다. 해외무역이나 상공업을 통해서 부와 권력을 얻는 것을 백안시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과거시험이 자신과 가문의 명운을 좌우하는 일이 되었다.

교육·시험을 근거로 엄청난 권리, 이익을 제공하고, 반대로 극심한 배제, 차별해 온 것이다. 이런 전통과 문화가 지금도 중국, 한국, 일본의 대학 입시 경쟁에 상당 부분 남아 있다. 경쟁은 치열한데, 교육 여건 차나 교육기관의 주관적 평가에 대한 불신 등으로 말미암아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일면, 부모, 소득, 지역, 학교에 따른 격차를 줄이려는 여러 가지 규제가 도입된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교육의 합목적성—피교육자의 노동생산성과 인격을 도야하는지--보다, 기회의 균등성과 평가의 공정성, 객관성 등이 중시된다.

한편, 남북한은 이데올로기 때문에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렀기에, 교육에 대한 중앙통제가 더 심할 수밖에 없다. 지방과 시장과 사회에 대한 통제도 마찬가지다. 한편, 한국은 포디즘이 지배적인 생산 패러다임이었던 시대에 수립된 박정희 정권의 근대화 전략(잘 훈련된 산업역군 공급)에 의해서도 교육의 표준화=획일화는 촉진되었다. 이런 요인들이 중첩되어 초중고에서는 사학 자율성이 극히 위축되었다. 교육과정의 자율성도 교사의 자율성도 위축되었다. 명문 학교도, 부유층만이 다니는 귀족 학교도 인정되지 않았다. 대학입시 경쟁이 격화되면서, 도입한 내신평가 제도 덕분에 교육과정은 더더욱 획일화되었다.

이 모든 요인이 모여서 지금 한국 교육은 사회주의 중앙통제 경제와 아주 유사해져 버렸다. 교육관련 법령과 교육부가 교육과정, 교원 자격, 교육시설 등을 촘촘하게 통제하고 있고, 지자체나 교육감이나 교장이 교육에 관여할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북한식 중앙통제, 지령경제가 필요한 재화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니 장마당이 번성하듯이 공교육이 관료와 공급자가 담합한 규제에 칭칭 감겨 있으니 사교육이 번성한다. 장마당이나 사교육이 너무 번성하면 단속이 들어온다. 선행학습금지법도 때가 되어 몰려온, 완장 찬 단속반원이다. 하지만, 근본 원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에 단속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번성한다.

중앙통제와 비제도권의 번성-단속-위축-재번성이 반복되다 보니 북한은 나진-선봉, 개성, 신의주(황금평) 같은 규제 특혜지대를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남한의 교육 기득권자들은 수준별, 맞춤형 교육에 대한 요구와 불만이 비등하면, 특목고, 자사고, 혁신학교를 허용하였다. 아예 비제도권으로 나간 대안학교도 용인하기도 한다. 이들은 촘촘하고 철 지난 교육 규제가 만들어낸 교육의 사막에 솟아난 오아시스 같은 존재처럼 되었다. 그럼에도, 한국 교육개혁 담론은 사막 자체를 옥토(교육의 정상화)로 만들려는 안은 찾아보기 힘들다. 단지 오아시스를 몇 개 더 만들거나 확대하는 식이다.

사회주의경제와 한국 교육

북한 사회주의
중앙통제 경제

규제 특혜지대 (나진·선봉, 황금평 등 경제특구) 장마당

남한 국가 통제
교육

규제 특혜지대 (특목고, 자사고, 혁신학교 등) 대안학교, 사교육

 

교육의 규제 완화, 지방화, 민주화

한국 교육 문제를 푸는 가장 기본적이고 정통적인 해법은 교육시험을 근거로 과도한 권리, 이익을 제공하고, 동시에 과도한 배제, 차별해온 제도와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이는 교육시험 경쟁이 극심한 곳(전문자격사, 공무원 등) 혹은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누리는 권리, 이익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하고, 학력과 학위를 근거로 한 과도한 배제, 차별하는 것을 바로잡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동시에 교육에 대한 통제권을 중앙정부(관료)와 소수의 교육 공급자(기득권자)들의 손아귀에서 지방과 주민과 소비자(학생, 학부모)들의 손으로 옮기는 것이다. 교육의 규제 완화, 지방화, 민주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리 헌법 제31조 ④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조항을 이상하게 해석하여, 정당과 지자체(장)의 교육에 대한 관여 범위를 매우 좁혀버렸다. 지역 주민의 핵심 관심사항인 교육을 지자체(행정자치)와도 분리하고, 정당과도 분리해 버린 것이다.

지자체장은 학력 향상과 좋은 교육(학교)에 대한 주민의 요구를 엄청나게 많이 받지만, 실제 교육에 대한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이다. 지자체장은 단지 교육 경비 보조금을 지원하고, 이를 지렛대로 약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정당들도 교육감 선거에 음성적, 위선적으로 개입한다. 그나마 교육감 선거를 통해 이뤄지는 교육자치(?)도 광역 시•도 단위로 실시한다. 기초지자체는 교육구가 아니며, 시군구 교육지원청장은 교육감이 임명한다.

한편, 교원들은 국가고시(공시, 교원임용고시)를 거친 국가공무원이거나, 준공무원 신분으로 고용임금의 자율성도 유연성도 없다. 교육감의 교육과정 결정권과 인사권도 매우 제한적이다. (솔직히 지금과 같이, 정당의 공개적 개입을 차단해 놓고, 교육경력자로 피선거권을 제한하여 자기들끼리 쟁탈전을 벌인다면 선출 교육감에게 권능을 더 줘서도 안 될 것이다)

교육청은 자체 수입이 없기에, 중앙정부의 재정교부금이 주 수입원이기에 재정 운용의 자율권도 별로 없다. 3/4 이상이 시설비와 인건비다. 약간의 재량 사항은 교육위원과 일반 의원이 결합한 광역 시도 교육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한다.

정치적 중립이라는 명분으로 교육감이나 교육위원의 양성, 추천, 선발 과정은 정당이 아닌 소수 교원단체나 동문회 조직에 의해 주도된다. 한국교총과 전교조, 교수노조 등 교원단체와 특정 사범대·교대 출신 동문회의 입김이 크다는 얘기다. 이들 교원단체는 정당과 달리 일반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특수 이익집단(전문가 집단)의 폐해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주민이나 소비자(학부모, 학생)의 교육에 대한 결정권, 선택권이 매우 제한되어 있기에, 교육 자치가 아니라 교육공급자(교원단체와 관료) 자치가 되어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일반 시민과 눈을 맞출 필요가 없는 폐쇄 집단이기에 이념적 편향도 심하다.

한편, 전교조와 교총으로 대표되는 교원단체는 교육부를 장악한 관료의 유일한 조직적 대항세력일 뿐 아니라, 교육감 선거에 대한 개입을 통해서, 조직의 사회적 위상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주민/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이들에게 책임지는 정당의 개입 보다, 더 나쁜 이념성과 연고주의도 강한 교육자 집단끼리의 쟁투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쯤 되면 특수이익집단과 관료들의 담합도 일어나기 십상이다. 교육 시스템 자체가 교육 관료와 교육 기득권 집단(자격증 있는 교장, 교장단체, 교사단체 등)의 이해와 요구에 편향되지 않을 수 없다. 이 중의 하나가 교육부 관료들의 전관예우 현상이다. 용두사미가 된 교장공모제가 그 기념비다.

2006년 시행한 교장공모제 사업의 취지는 ‘교장의 문호를 넓혀 학교의 발전과 혁신을 꾀하자!’라는 것이었다. 초기에는 평교사가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형 공모제가 70%가량을 차지했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교육부 관료들이 이 비율을 15% 이하로 제한해 버렸다. 교장 자격증 없는 외부인사가 교장이 될 수 있는 외부형(개방형) 공모제는 예술고 등으로만 국한하여 결과적으로 교장 자격증 있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는 초빙형 공모제가 대폭 늘어났다.

따지고 보면 정치적 중립이라는 핑계로 교육감을 러닝메이트가 아니라 따로 선출하는 것도 교육관료, 전교조, 교총의 농간이다. 이들은 모두 극단적인 고비용 저효율 교육시스템의 수혜자이자 옹호자다. 전교조도 좌편향성이 문제가 아니라 기득권 편향과 둔감성이 문제다.

박 대통령이 화를 내야 할 대상은?

쓸데없는 규제를 끊임없이 키워내는 뿌리에는 만수산 드렁칡처럼 얽히고설킨 우리의 역사•문화와 분단, 수도권 집중, 경제사회적 양극화(격차) 등이 있다. 여기에 정치의 단순무식, 관료의 습성, 이익집단의 꼼수 등도 얽히고 설켜 있다.

어떤 문제가 있으면, 개인이나 사회단체나 기업의 극성, 무분별 행위(?) 내지 일탈 행위(?)를 금지하거나 옥죄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 전체를 관통하는 강제적인 기준(금지선)을 설정하여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도 그 중의 하나이다.

일률적이고 강제적인 규제로서 개인이나 사회단체나 기업의 행위를 다스리려고 하는 것은, 정치와 관료의 습성이자 이해관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장 참여자나 이해관계자들의 자제나 자율적인 규제(협정)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경험이나 믿음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문제가 있으면 ‘관’이 빗자루나 자나 몽둥이를 들고 달여와야 한다는 오랜 사고 습성 또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간단히 뽑아낼 수 있는 전봇대가 아니다. 손톱 밑 가시도 아니다.

진짜 문제 삼아야 할 것은 질환의 뿌리나 구조는 안보고 단지 외적 증상만 보고, 단기 대증요법용 약만 처방하는 돌팔이 의사나 다를 바 없는 정치권이다. 조직된 (편협한) 가치집단이나 이익집단에 마구 휘둘리는 정치권이다. 사실 한국 경제와 사회를 죽이는 암이자, 쳐부숴야 할 원수는 바로 개념 없는 정치권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거울을 보면서, 우아하고 근엄한 표정연습을 할 것이 아니라, 우매하고 근시안적인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야 한다.

‘경제민주화=대기업 관련 규제 강화’로, ‘신자유주의=경제금융 규제 완화’라는 등식을 갖고 규제 개혁=완화를 기본적으로 우려와 불신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졸속과 과속을 증명하는 규제개혁 사례를 가지고 목소리를 높이는 야당과 진보 매체도 공세적 규제 개혁 목소리를 내야 한다.

다시 말해 개인, 기업, 민간, 지방, 도전자의 창의와 열정을 옥죄는 진짜 쓸데없는 규제를 들이밀며, 박 정부의 개혁을 시행령, 시행규칙, 조례 수준의 표피적 지엽말단적 개혁이라 비판해야 한다. 진짜 암과 원수를 쳐부수자고 해야 한다는 얘기다.

 

by 김대호 itspolitics@naver.com

원문 보기: http://www.socialdesign.kr/news/articleView.html?idxno=6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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