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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 울트라마라톤 완주기소쇄원 개구리 떼와 새벽 강변 광주사람들이 만들어 준…

등번호 ‘80518’

토요일(6월 14일) 오후 5시, 광주 상무시민공원에서 시작한 제12회 광주 빛고을 울트라마라톤 대회 100km 종목~!! 2011년 3월 제주 국제울트라마라톤 대회 100Km 종목에 참가하여 12:33:30의 기록으로 처음 완주한 뒤 두 번째 도전한 2013년 청남대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서 신발 때문에 62km 지점에서 실패한 뒤 1년 2개월 만에 다시 도전하는 울트라 마라톤~!

지난 두 달간 42.195km의 풀코스 마라톤 완주 두 번을 포함하여 총 510km 이상의 연습과 식이 조절, 음주 절제 등의 준비가 어느 정도는 되었다고 여겨 약간의 두려움을 떨치고 레이스에 들어갔다. 350여 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광주천을 끼고 약 16.4km 지점의 제 1 CP를 통과하고 5·18 민주묘지 방면으로 우회전하는 20km 지점을 지나는 시간은 저녁 7시를 막 넘어가고 있다. 25.9km의 석곡농협 앞 제 2 CP는 51.8km 종목의 반환점이다.

   
▲ 출발 전 사진

5·18 민주묘지 방향으로 우회전한 뒤부터 계속된 오르막은 무등산장 앞에 설치된 38km 지점의 제 3 CP까지 이어져 몹시 힘이 든다. 오르막의 총 길이가 5km는 훨씬 넘을 정도로 초반부터 체력을 시험한다. 다행히 41km가량 이르기까지 완만한 내리막이어서 어느 정도 보상은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즈음부터 오른쪽 다리와 발에 쥐가 나는 것 같은 가벼운 통증이 이어진다. 아직 절반도 못 왔는데 벌써 쥐가 나면 어쩌지, 하지만 쥐가 나려면 제대로 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 핑계로 중도에 그만두면 될 테니~~

긴 오르막을 오르면서 너무 힘이 들어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수도 없이 들었다. 전화기에 저장된 대회 관계자에게 회수차량을 보내달라고 전화를 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대회를 며칠 앞두고 대회관계자가 내가 신청한 등번호가 다섯 자리여서 제작에 어려움이 있으니 네 자리로 바꿀 수 없느냐고 물어왔었다.

빛고을 울트라는 등번호를 자신이 선호하는 숫자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좋은 점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래서 신청한 번호가 ‘80518’이다. 그때 관계자에게 명색이 광주에서 열리는 대회인데 ‘80518’이 없어서 되겠느냐며 안 바꾸겠다고 한 것이다. 5·18정신 운운하며 등번호를 고집해놓고 중도에 포기하는 것도 부끄러운 노릇이어서 가는 데까지 가보자고 자신을 스스로 달랬다. 43km를 넘어서부터는 더러 걷기도 하며 10시 50분, 5시간 50분 만에 간신히 49.6km 지점에 설치된 제 4 CP에 도착했다.

감독관의 체크를 받고 준비된 식사를 받아들었다. 된장국에 깍두기뿐인 저녁 식사이지만 너무도 꿀맛같이 달았다. 정신없이 한 그릇을 흡입하고 반 그릇 더 받아먹다 보니 고향 후배 임성택 씨가 운영하는 송내역 남부광장 ‘향기네 무료급식소’보다 형편없는 밥 한 그릇 얻어먹으려고 50km를 달려왔나 싶어 “이걸 먹으려고 여기까지 뛰어왔나?”하고 푸념하니 함께 둘러앉은 ‘울트라 맨(?)’ 모두 웃으며 공감한다.

   
▲ 49.6Km 제 4 cp에서 먹은 된장국과 깍두기

“우리가 다 미쳤지요~~!!”하며 내 푸념을 받아주기도 하고~~! 푸념을 받아 준 이가 반갑게 아는 체한다. 5월 4일 부여 굿뜨레 마라톤에서 만난 군산시청의 문 선생이다~! 나보다 조금 앞서 들어와 먼저 떠난다. 다음 대회 어디선가 주로에서 만나기로 인사말을 나누고~!

밥을 먹고 CP의 의료지원단에 쥐가 날 것 같다고 하니 가볍게 처치를 해준다. 혹시 신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더니 신발은 문제없으니 뛰어보라고 한다. 뛰지 말라고 하면 좋으련만~~!!

출발할 때는 3년 전 제주도에서 첫 울트라 도전에서 세운 기록 12시간 33분을 단축하여 11시간대에 완주하겠다고 목표를 세웠지만, 이제는 이 대회 제한시간인 16시간 안에 완주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계속 오르막의 연속이니 걷기로 작정하고 다시 출발한 시간이 11시 25분.

귀촉도 우짖는 밤길을 달리다

비슷한 속도의 달림이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오르막을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 자동차가 잘 안 다니는 옛길에 음력 열이레 달빛이 휘영청 밝아서 휴대용 전등을 끄고도 사방이 환하다. 작년 청남대 울트라에서도 비록 중도포기는 했지만, 인공조명 하나 비치지 않는 밤길을 걷고 뛰는 감상이 매우 좋았던 기억이 새로웠다. 나만이 아니고 다른 이들도 모두 안전등을 켜지 않고 언덕을 오르고 있다.

광주를 벗어나 담양을 거쳐 화순으로 가는 길 내내 안전등을 거의 켜지 않고 달릴 수 있을 만큼 달빛이 밝았다. 높다란 나무들이 솟대인 양 줄지어 열병하는 밤길은 잠시 골반과 허벅지, 종아리의 근육마다 끊일 둣 이어지는 통증을 잊게 해주었다.

사실 제 4 CP에 닿기 전에도 담양 금곡마을 입구에서부터 7~8km 구간을 걷고 뛰는 동안 길가 논에서 들리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몹시 반가웠다. 수천수만 마리의 개구리울음과 간간이 섞여 들리는 맹꽁이 울음소리는 자동차 소음만큼이나 시끄러웠다. 너무 오랜만에 듣는 소리여서 전혀 소음으로 들리지 않았다. 개구리 떼의 울음소리는 금곡마을에서 소쇄원을 지나 제 4 CP에 이르기까지 거의 그치지 않았다. 개구리 소리에 이어 교교한 달빛 아래 산속에서는 부엉이와 휘파람새 소리, 귀촉도 소리와 하도 오랜만에 들어 무슨 새인지 잘 모를 밤새들의 울음소리가 달리기에 미치고 지친 이들의 정념을 일깨웠다.

다시 완만한 내리막길이 시작되어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계속 걷는 이들도 있고 비슷하게 보조를 맞추어 뛰는 이들도 있다. 앞에서 보조를 맞추어 뛰다 걷다 하는 이들이 서너 명 있다. 이들과 당분간 보조를 맞추려고 함께 했다. 보조를 맞추며 이들의 대화를 들고 등번호와 이름을 보니 우리나라 울트라마라톤의 전설로 알려진 최강자들이었다.

모두 60대 초·중반으로 100km 이상의 울트라마라톤만 100회 이상 완주한 이들이다. 308km의 한반도횡단마라톤, 537km(부산에서 임진각)와 622km(해남 땅끝에서 고성 통일전망대)의 한반도종단 마라톤을 여러 차례 완주한 것은 물론 사하라 사막 마라톤까지 섭렵한 이들이다.

70km 지점까지 이들과 보조에 맞추어 함께 걷다가 뛰다가를 되풀이했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다. 전반 50km를 달리는 데 약 6시간 걸렸는데 20km를 더 뛰는 데는 2시간 40분 정도 걸렸으니 이제부터 걸어가도 제한 시간 내에 들어가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맥없이 100km를 달리겠다고 여기까지 온 나도 미친놈이지만 미치기로는 나보다 몇 길 위인 이들의 보조를 끝까지 맞추기는 어렵다. 나머지 30km는 어떻게든 될 것이니 뒤로 처져서 내 페이스대로 갈 수밖에 없다.

전라도 비탈길

72.9km의 제 6 CP를 지나니 가파른 안양산 내리막길이다. 경사가 족히 15도는 넘을 가파른 내리막은 뛸 수도 없다. 오르막은 아무리 경사가 가팔라도 숨이 턱에 닿을 듯 힘이 들 뿐이지만 내리막길은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내려가는 탄력을 조절하기도 그렇지만 무릎에 쌓이는 부담이 커져 관절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3년 전 제주 울트라 주로에서 만난 베테랑 한 분이 들려준 얘기가 같은 거리의 오르막과 내리막은 같은 시간에 통과하라는 것이었다. 내리막이라고 해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빨리 뛰지 말라는 것으로 무릎부상 없는 안전한 마라톤을 위한 중요한 지침이다. 2km 이상의 긴 내리막을 내려와 화순읍에 접어들었다.

공사가 한창인 도로구간을 지나 너릿재라는 고개가 다시 길을 가로막는다. 강원도만 비탈이 많은가 했더니 전라도의 비탈길, 고갯길도 장난이 아니다. 너릿재를 통과하는 터널이 뚫려서 차가 다니지 않는 너릿재 옛길로 주로 표시가 있다. 안양산 내리막길에서 만난, 화순이 고향이라는 50대 초반의 달림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너릿재 정상을 향해 걸었다. 달빛도 구름에 가리고 숲이 우거진 때문에 캄캄한 길이었지만 이미 어둠에 익숙해진 터라 걷는 데는 크게 불편하지 않아 여전히 안전등을 켜지 않고도 걸을 만했다. 너릿재 정상 못미처 80km 표시가 보인다. 시간은 3시 40분.

밤길이어서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지만 80년 5·18 당시 계엄군이 광주와 화순을 잇는 너릿재 고개를 차단하기 위해 병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고개만 넘으면 잇닿아 있는 데다 가파른 고갯길이 병목 구실을 해서 방어와 공격에 매우 중요한 요충지였던 셈이다.

너릿재를 다 내려가는데 일단의 달림이들이 우리 두 사람을 앞질러 간다. 시계를 보니 4시가 넘어간다. 아직 여명(黎明)은 아닌 박명(薄明)이라고 할, 희미하게 어둠이 걷히는 느낌이다.

남은 거리 20km를 걷기만 해도 완주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명색이 마라톤을 하러 와서 걷기만 해서 되겠는가? 첫 도전도 아니고 꼴찌도 아름답기는 하겠지만 이건 울트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싶어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시속 8km라도 남은 거리는 뛰어 보기로 하고 10분당 6분은 뛰고 4분은 걷는 것으로 방침을 세웠다.

시각장애인으로 작년 622km 한반도 종단 마라톤을 완주하여 울트라마라톤 그랜드 슬램을 기록한 인간극장의 주인공 김미순 아녜스와 그 남편 김효근 빌립보 부부가 앞에서 뛰고 있다. 작년 4월 청남대 울트라와 8월 말 안양천 하프마라톤 이래 세 번째 주로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새벽 강변의 광주사람들

다시 광주천 뚝방길, 출발할 때의 건너편 길을 달리기 시작한다. 새벽 강변길에 들일을 하러 가는 농부 몇 사람이 간간이 보이더니 산책하는 이들, 아침 운동에 나선 이들이 하나둘씩 늘어간다.

물가 풀숲에서 발걸음 소리에 놀란 새들이 날아오르는 듯 푸드덕 소리에 달리는 내가 놀란다. 새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려 궁금증을 안고 달린다. 얼마 안 가 또 푸드덕 소리가 들리기에 얼핏 고개를 돌려 보니 보이지는 않지만, 물고기들이 힘차게 헤엄치며 내는 소리였다. 양동 복개다리를 지나자 뚝방길이 높아져서 물고기들의 요동치는 소리를 더는 들을 수 없었지만 지친 심신을 일깨워 조금이라도 더 달리게 해 준 것 같다.

2~3km를 남긴 지점부터 광주 챔프 마라톤 클럽 회원들이 밤새 달려온 회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새벽같이 나와 달려오는 모양은 좀 부러웠다. 마라톤계(界)에서는 나처럼 소속 없이 뛰는 달림이들을 독립군이라 부른다. 동호회에 들어가면 좋은 점도 많지만 갖가지 경조사 챙기기와 공동연습을 빙자(?)한 잦은 술자리, 더러는 비싼 용품 경쟁까지 번거로운 점이 많아 독립군을 유지하고 있지만, 특히 울트라 주로에서 동호회원들이 여러 가지로 지원, 응원하는 모습은 좀 부럽다. 그래도 주로에서 만나는 시민의 격려와 감탄사가 있으니 그 힘도 적지 않다.

91.5km 마지막 제 8 CP를 지나니 5시 24분, 8.5km를 1시간 35분 내에 달려야 14시간 이내에 완주할 수 있다. 대회에 참가하기 전 내 울트라 사부인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경기북부지맹 전 회장 연태흠님이 신신당부하기를 “형님, 많이 걸으시면서 15시간 30분을 목표로 하세요~!”라고 했다.

그런데 세상에 부모나 스승 등 윗사람 말 잘 듣고 자란 사람이 몇이나 되던가? 말로는 그러마 하고 했지만 12시간 이내에 골인하여 사부님에게 칭찬을 듣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12시간 이내 골인은 이미 포기했지만 조금만 힘을 내면 아침 7시가 되기 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니 시늉이라도 뛰기를 많이 하고 걷기를 줄이려고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달리니 출발지인 상무시민공원이 약 500m 남은 시간이 6시 52분이다.

풀코스 뛸 때 1km를 평균 5분 40초대에 달리는 내 실력으로는 충분한 거리이지만 13시간 50여 분을 달려 온몸이 솜뭉치처럼 무겁고 피로하다는 말도 부족하다. 하지만, 울트라마라톤이 어디 체력만으로 뛰는 것인가? 등수, 순위가 어떻든 오로지 내가 세운 목표에 얼마만큼 근접하는가가 문제다.

   
▲ 6월 15일 아침 6시 57분, 출발한 지 13시간 56분 59초의 기록으로 도착한 장면

상무시민공원 결승선으로 올라가는 육교 계단이 아득해 보이지만 잠시 통증을 잊고 단숨에 올라간다. 내 바로 앞을 지난 광주우편집중국의 장수황 씨 할아버지뻘인 황동수 씨가 간발의 차이로 먼저 골인하고 10여 초 차이로 내가 결승선을 밟았다. 장수황 씨 일문으로서 예의는 지킨 셈 아닌가. 시간은 13시간 56분 59초~~!!

   
▲ 기록증

‘80518’ 등번호와 의료진의 처치와 울트라 달인들을 만난 것과 개구리떼의 합창, 인공조명 하나 없는 숲길의 교교한 달빛, 부엉이와 휘파람새, 귀촉도들의 구슬픈 울음소리, 광주천의 물고기들, 볼살이 뽀오얀 10대 남녀학생들과 새벽일 가는 농부들, 아침 운동하는 광주의 정겨운 어르신들의 격려와 감탄~~ 이 모든 것들의 기운이 마침내 250리 완주를 가능케 한 것들이다~!!

본래 계획은 9월에 열리는 한반도 횡단 마라톤에 도전하는 것이었으나 위에 언급한 울트라 달인들의 얘기를 들어 보니 내 연습량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체력이야 기르면 되지만 하루에 20~30km, 일주일에 평균 150~200km를 연습해서는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

좀 더 따져봐야겠지만 당분간 횡단과 종단은 미루고 1년에 한 번 정도 울트라를 뛰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할 일이다~!!

문제는 그 달인들이 내가 뛰는 모습을 보고 울트라 초보로서 나이 등을 고려할 때 자세도 좋고 근력도 좋아 보인다며 횡단, 종단길에서 자주 볼 것 같다는 빈말 같지 않은 덕담에 흔들리는 중이라는 점이다~!!

 

황인오 기획위원  i-fi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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