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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모순 부조리의 최고, 최대 원흉이 재벌?
  • 김대호 페북 슬러거
  • 승인 2015.08.0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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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모순 부조리의 최고, 최대 원흉으로 재벌(경제력 집중)을 지목하는 사람이 많다. 롯데와 삼성의 경영권 승계 관련 추태가 이런 인식을 더욱 굳혀주고 확산하는 듯하다. 어제도 긴 글을 썼는데, (최대 원흉?) 재벌 문제에 촛점을 맞추지 않아서 그런지, '감정 과잉-논리 과소'라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었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재벌은 분명히 문제인데 그보다 1만 배는 더 심각하고 치명적인 문제가 정치다. 재벌 개혁보다 정치개혁이 1만 배는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다. 정치는 너무 많은 유무형의 권능을 가진 정부(국가권력)를 지휘, 통제하기 때문이다.

정치가 바로 서면, 정부(행정부, 사법부, 공공기관 포함)가 바로 서고, 정부가 바로 서면 해결할 수 있는 재벌 문제는 웬만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정치의 지독한 후진성, 기득권편향성, 반동성, 시대 착오성에 대한 문제의식 하나 없이, 재벌을 향해 지가 무슨 정의와 균형의 사도나 되는 양 몽둥이를 휘두르려고 하는 여의도 선수들을 보면 어이가 없다. 적반하장도 이렇게 심한 적반하장이 없다.

(내가 현실 정치에 대해서 이가 다 마모되도록 비판하는 것은 지금 대한민국은 전사회적으로 표준과 상벌체계와 시스템을 재조정, 재정립하지 않으면 망할 수밖에 없고, 개혁은 예외 없이 사회적 권리-의무, 권한-책임, 부담-혜택, 자리-자격(능력) 관계를 재편하는 것이고, 반드시 기득권을 침해하기 마련인데, 이런 대역사를 주도할 수밖에 없는 정치가 철저히 자신의 소명은 망각하고 기득권에 편향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정치를 비판한다고 해서 정치의 힘을 빼자는 것은 아니다. 정치를 정상화시켜, 정치 아니면 할 수 없는 개혁을 하고, 정치의 힘을 빼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각설하고. 재벌이 문제라고 하는데,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한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거대한 사내유보금 털어 과감하고 공세적인 국내투자와 고용하라고? 이건 시장과 기업을 너무 모르는 철없는 애들의 바람이다. 갑질 안 하는 것? 갑-을 간에 힘 차이가 많이 나면, 한마디로 갑의 선택권은 많고, 을의 선택권은 별로 없다면, 아무리 공정거래법으로 감시해도 갑질 잡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니까 이인영 의원이 말한 '영수증 떠넘기기, 대금결제지연 관행' 등 불법적, 심한 갑질은 잡을 수 있지만,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여간해서 잡기 어렵다. 이는 유럽이고 미국이고 일본이고 대동소이하다.

편법 상속과 일감 몰아주기는 일찍부터 치밀하게, 강력하게 규제, 처벌했으면 많이 나아졌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상당 부분 엎질러진 물이기에 주워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불법이 아니라 편법을 때려잡는 것은 원래 어려운 일이다. 금산분리, 순환출자, 출자총액 규제? 재벌이 조선로동당의 지부쯤 되면 아주 센 규제로 때려잡을 수 있겠지만, 규제가 (글로벌 경쟁 환경에 놓인) 기업 능력을 제고하고, 산업생태계의 건강성을 복원하는 수단이라면,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는 법이다.

롯데그룹이 지금 보여주는 추태에 대한 처방은 김상조가 오늘자 조선일보 칼럼에서 잘 얘기했다.

"롯데그룹의 소유·지배 구조는 시대착오적이다.......총수 일가가 대오각성해서 스스로 환골탈태한다면 좋겠지만....그럴 가능성은 없다. 그럼 공정거래법에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여 압박하는 건 어떤가.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접근 방법이지만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일본롯데를 대상으로 하는 규제를 만들면 한국GM의 미국 본사에도 적용해야 하는데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은 주주를 비롯한 시장의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행동할 수 있도록 법제도 환경과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이제는 공정거래법보다 상법 개정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자투표제,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 집단소송 등 2012년 대선에서의 박근혜 대통령 공약을 실천하면 된다. 또한, 롯데 상장 계열사들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총 소집 등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엘리엇이 삼성에 요구했던 바를 그보다 더 많은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못할 이유가 없다. 안 하면 의무 위반이다. 경영권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사회로부터 승인받는 것임을 깨우쳐주어야 한다.“

나는 김상조의 대안이 재벌개혁의 현실적 최선이 아닐까 한다. 물론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이렇게 한다고 해도 투자와 고용과 국제 경쟁력 문제(우리 주력 산업이 중국의 거세 공세로 인해 다 어렵다.)가 획기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재벌개혁도 분명히 필요하지만, 그 영향력은 정치개혁의 1만분의 1, 공공개혁의 1천분의 1, 노동개혁과 교육개혁의 1백분의 1밖에 안된다고 하는 이유다. (약간 과장이 섞였으니 감안하시길)
그리고 노동개혁 관련해서는 조선일보가 새정치민주연합과 진보에 대해 너무 좋은 훈수를 한다. "정부·공기업 먼저 희생하지 않는데 노동 개혁 먹히겠나"라는 오늘자 사설이다. 이것만큼 좋은 역공이 없다. 이인영 의원과 진보의 대응은 이 정부의 무늬만 노동개혁을 진짜로 (표를 의식하지 않는) 대단한 개혁처럼 보이게 한다.

새민연 사람들은 조선일보 사설 읽고 노동개혁 관련 대응 전략 좀 바꾸면 어떨까 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민간 기업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는 것에 맞춰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기업이 청년층 신규 고용을 위한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공무원들에게는 임금피크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고 당분간 그럴 계획도 없어 보인다. 공무원들은 오래전부터 60세 정년 혜택을 누려왔다. 그런 정부가 근로자들에게만 '정년이 연장되니 임금피크제로 봉급을 깎자'고 하니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또 기업이 능력과 성과가 떨어지는 직원을 쉽게 정리할 수 있도록 일반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무능한 공무원 퇴출 제도를 갖춰놓지 않고 있다. 정부가 공무원에 대해선 아무리 나태하고 능력이 모자라도 정년을 보장해주면서 근로자들에게만 '성과에 따른 해고 제도를 도입하자'고 하면 먹혀들 리 없다"

 

김대호 사회디자인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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