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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의 <애슐리 매디슨> 보도, 적절했나?

<애슐리 매디슨> 가입자 66만 명, 가입자들에게 접촉 시도하며, 문제 삼은 <뉴스타파>>

'내 아내 말고 다른 사람을 찾습니다', '인생은 짧습니다. 바람을 피우세요' <애슐리 매디슨>이라는 불륜 조장 사이트의 홍보 카피다. 한국 사람이라면, 한국 사회의 도덕성에 기초해서 바라보면, 이러한 홍보 카피는 불편하다. 부도덕한 일을 저지르라고 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3월 <애슐리 매디슨>은 국내에서 첫선을 보였다. 많은 논란이 있은 후, 이들이 국내에서 영업활동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이 사이트는 차단됐다. 불륜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 3월 이 사이트는 다시 활동을 시작됐다. 간통죄가 폐지된 까닭이다.

그들이 국내에 제대로 발은 디딘 지 4개월이 지난 무렵, <애슐리 매디슨>은 대대적인 해킹을 당했다. 전 세계 가입자 3700만 명의 정보가 유출되는 피해를 입었다. 이 중 한국 국적을 가진 가입자 수는 66만 명에 달했다. 세계에서 9번째, 아시아에서는 대만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수다. <애슐리 매디슨>이 해킹을 당한 후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가입자들이 생겨났다. 사회적 망신을 우려한 까닭이다. 우리도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미국이나 캐나다에 비해 낮지 않은 성적 도덕성을 바라는 나라, 남의 시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라가 대한민국 아니던가.

탐사보도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온 <뉴스타파>는 최근 '쉿, 애슐리 매디슨 한국 가입자 66만 명'이라는 제목으로 <애슐리 매디슨>과 관련된 보도를 했다. 유감스럽게도 보도의 초점은 해킹에 따른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이들은 이번 해킹으로 드러난 <애슐리 매디슨>의 가입자 정보를 입수해 가입자들, 특히 이 사이트에 가입한 공무원의 부도덕성과 기강해이를 지적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인구의 1.3%가 불륜 사이트에 가입하는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일 수 없다"라며 우리 사회의 건전성에 대한 의문을 드러내기도 했다.

개인정보 유출 더해 추가 피해도 우려도. <뉴스타파>의 보도 적절했을까?

생각은 각기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이번 보도를 보는 내내 불편했다. 다음과 같은 생각들 때문이다. '개인의 사생활 문제를 언론이 거론하고 비판하는 것이 합당할까. 더구나 여기에 가입한 자들은 불륜을 저지른 것이 아니다. 단지 불륜을 조장하는 사이트에 가입했을 뿐이다. 그리고 가입 배경엔 호기심이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태반일 것이다. 그럼에도, 왜 뉴스타파는 해킹된 개인정보를 입수해 그들에게 접촉했고, 또 이러한 보도를 한 것일까?'

<뉴스타파>의 이번 보도에는 문제가 있다. 만약 <뉴스타파>의 이번 보도가 정당한 것이었다면, 앞으로 포르노 사이트에 가입한 사람들의 정보가 드러날 경우 이 역시 문제 삼아야 하지 않겠나. '물론 그들이 문란한 성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 문란한 성행위 영상을 제공함을 목적으로 하는 사이트에 가입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포르노 사이트의 목적이 문란한 성행위 영상을 제공하고 시청하는 것이란 점은 달라지지 않으며, 여기엔 몰래 카메라 등으로 불법적인 촬영을 한 영상도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이 사이트에 가입한 것만으로도 문제가 되며, 이를 보도해야 한다.'

이것이 이번 보도에 따른 <뉴스타파>의 논리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남성 대부분은 도덕적으로 치명적인 문제가 있고, 이 때문에 그들에 대한 개인 정보가 유출되면 이를 문제 삼아야 할까? (대부분의 남성들이 포르노를 본다.)

정부가 개인의 영역을 침해하는 만큼, 언론의 개인 영역 침해도 옳지 않다.

더구나 이번 해킹으로 인해 개인 정보가 유출된 사람들은 피해자다. 그럼에도, 유출된 정보를 이용해 이들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식의 보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이들의 정체에 대해선 <뉴스타파>가 익명 처리하며 보도하긴 했지만, 개인의 사생활에 대해 문제 삼고 언론사가 연락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심각한 수치심을 느낄 것이다. 이는 해킹에 이은 추가 피해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

개인의 영역은 개인의 영역으로 내버려둬야 한다. 그것이 공익을 심각하게 저해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고 이를 문제 삼는 것만큼, 언론이 개인의 사생활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 더구나 이번과 같은 보도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공익이 무엇인지 의구심이 든다.

<뉴스타파>는 오프닝에서 늘 이 같은 말을 한다. "99% 국민을 위한 독립 언론 <뉴스타파>", 그들이 그간 우리 사회를 위한 여러 공익적 보도를 해온 만큼 이 말은 적절하다. 그래서 나 역시도 그들을 응원해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뉴스타파>의 보도윤리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더 좋은 언론으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이번 보도에 대해선 그 적실성을 묻는 내부적, 외부적 논쟁이 필요해 보인다.

김순종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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