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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은 교육 객체 아닌 학습 주체다양성은 우수 정보의 양을 확대하고 생각하는 시민을 만든다

1997년 4월 3일 이른바 이태원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18년 만에 재개된 재판을 두고 언론들은 한국 사법 사상 가장 첨예한 논쟁이 오가리라고 표현하고 있다. 진범을 밝힐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역사적 사건이 될 것임은 틀림없다. 그런데 궁금한 건 이 사건이 국정교과서에 실릴 것인가이다.

몇 년 전에 5·18 광주민중항쟁을 중학교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에서 뺀 것 때문에 논란이 있었다. 이처럼 역사 교과서 집필에는 필진의 성향보다 정부가 제시하는 '집필 기준'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학계의 설명이다. 집필 기준에 맞지 않으면 검정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집필기준이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다양한 사관으로 출판되는 것과 국정교과서 단 한 권으로 나오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현재 검정을 통과한 고교 역사 교과서는 약 8~9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는 측은 여러 권의 교과서를 기준으로 수능시험이 출제되어 학생들의 학습부담이 크며, 검정 교과서들에는 오류가 많은 것은 물론, 좌파적 시각이 많이 들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다루어야 하겠다는 것인데, 역사의 기술에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란 표현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은 임금이 승하한 후 후대에 편찬되었다. 대개는 자신의 아버지였던 선왕의 업적이 가능한 한 두드러지기를 바랄 것이 당연하다. 그런 조선왕조실록도 고종 대와 조선의 마지막 임금인 순종 편은 일제의 영향을 받아 부실하기 짝이 없다.

이런 예에서 보듯이 다양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기록은 역사에 대한 해석에 대해 일정부분 제약을 가할 수밖에 없으며, 하나의 교과서에 넣을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이태원 살인사건이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교과서에 반영하는 예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교과서의 다양성은 기록의 양과도 비례할 것이다.

나름대로 검증을 거친 역사적 사실의 나열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다양한 사관으로 기술하는 것과 이와는 반대로 단 한 권의 국정교과서로 기술하는 경우를 비교했을 때, 부작용은 국정교과서로 통일한 경우에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교과서 수에 비례해 다루는 폭이 넓어질 가능성을 국정교과서 체제에서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허구가 섞인 드라마와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역사적 주장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데에는 나름대로 검증을 거친 여러 가지 교과서가 존재할 때 훨씬 쉽다는 뜻이다.

국정교과서 추진 측은 미래의 성장 동력인 청소년에게 국가에 대한 올바른 정체성과 자긍심을 고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단연코 전체주의적 시각이다. 왜 우리 청소년이 국가가 정한 교과서를 통해 주입식으로만 교육받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진정한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되려면 우선 생각하는 시민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획일화된 교과 과정보다는 다양한 논거들을 기준으로 자신의 정체성과 국가관을 자신의 의지대로 형성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과정이다. 이는 인간이 가져야 할 천부적 권리에 속한다.

그러므로 국가가 나서 개인의 인격 형성 과정 등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큰 틀에서 보면 인권의 침해와 다름이 없다. 너무도 당연히 우리 청소년들도 생각할 줄 알며, 또한 자신의 생각을 검증해가는 과정을 통해 학습을 자기 주도적으로 할 수 있을 때 진정한 미래 성장 동력이든 제대로 된 인간이든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우리 교육의 문제는 교육하는 측면에서만 교육의 문제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국정교과서 추진 측이든 반대 측이든 역사 교과서의 소비자가 누구인지 먼저 생각해봐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 청소년은 어른들이 생각하듯이 교육의 객체가 아니라 학습의 주체다. 또한, 몇 번을 강조해도 모자란 데 학습은 자기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이들을 무시해 놓고 나중에 늙어서 존경받기를 기대하는 바보스러운 어른이 되지 말자.

 

박정원 편집위원  pjw@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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