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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꿈꿀 수 있는 교육
  •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 승인 2015.11.1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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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모 중학교에서 현장 학습의 일환으로 복지국가소사이어티를 찾아왔다. 14~16세 중학생들에게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으니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그런 후에 다음 순서로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상상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랬더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sky대학에 다니고 있는 모습’을 자신의 미래로 꿈꾸고 있었다. 각자의 적성에 맞는 관심 분야가 사람마다 다양해서 하고 싶은 일도 각양각색이었지만 ‘명문대 입학’은 누구나 원하는 최고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무엇이 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제한해 버렸을까?

이날 복지국가소사이어티를 방문했던 중학생들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했을 수도 있다. 또 주어진 20분이라는 시간이 상상력을 발휘하기에 너무 짧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명문대 진학’은 현실적 제약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조차도 가장 원하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명문대에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환상을 심어준 것은 누구인가? 대체 무엇이 우리 아이들의 상상력을 이렇게 제한해 버렸을까?

한국 교육의 현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고통스러우며 경쟁이 심한 교육’으로 표현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한국 학생들은 학업성취도는 높더라도 불행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자살의 원인으로는 ‘성적 및 학업 비관’이 절대적이다. 이는 한국 청소년 자살률이 최근 10년간 57.2%나 증가했고, 동 기간 OECD 평균은 감소했음을 고려하면 세계적으로도 비정상적인 상황임을 잘 보여준다.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우리 청소년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리의 교육시스템은 목표와 방식에서 다음과 같이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1) 교육의 목표 : 입시경쟁에서의 승리

현재 초·중·고교 교육의 일차적 목표는 입시관문을 뚫고 명문대에 들어가는 것이다. 과거에는 입시문제가 고등학생, 특히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의 고민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요새 학원가를 돌아다녀 보면 초등입시학원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국제중학교 → 특목고등학교’라는 과정이 충족되어야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일종의 법칙이 학부모들 사이에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아이들은 이제 막 유치원을 벗어나 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각종 경시대회 및 자격증 시험, 봉사활동 등 ‘스펙쌓기’를 시작하며 장기적인 입시레이스에 휘말리게 된다.

그리고 중·고등학생이 되면 본격적인 시작이다. 80%를 넘나드는 대학진학률이 보여주듯 대부분의 고졸자들이 대학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소수에 불과한 몇몇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해 옆에 있는 친구들은 잠재적 경쟁자로 이겨야 할 대상이다. 다른 수험생들의 하향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수능 성적표를 위조하고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수능 훌리건’들의 등장은 이런 입시 위주의 과도한 경쟁이 불러들인 악령이다.

2) 교육의 방식 : 주입식 교육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 내에 남보다 더 많은 정보를 획득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여럿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의견을 공유하는 토론·체험 학습은 실종되고 주어진 정보들을 달달 암기하는 주입식 교육이 주가 되었다. 이 시간을 방해하고 신체활동을 하게 만드는 체육수업도 불필요한 것이니 최소화시켜 버렸다. 그 결과, 한국 청소년들의 학습시간은 세계에서 가장 길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 따르면, 청소년의 일주일 학습시간은 OECD 평균이 33~34시간인데 비해 한국은 이보다 15시간이나 많은 49시간에까지 이른다. 특히, 고등학생들은 평일 하루 10시간 이상, 일주일에 거의 70시간 이상을 책상 앞에 앉아서 선생님이 준 수많은 정보들을 무감각하게 머릿속에 입력하느라 보내고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적정 수면시간은 8시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5시간도 못 자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이로 인해 한국 청소년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을 통해 자체적으로 답을 얻어가는 과정을 접하지 못하게 되었다. 주어진 정보를 외우다 보니 흥미도 점차 떨어졌다. 그 결과, 한국 청소년들의 암기능력은 OECD 평균을 웃돌고 학업성취도도 최상위권이지만 학교에서 느끼는 행복지수는 최하위에 그친다. 신체활동은 적고 앉아 있는 시간은 지나치게 길어 성인병 위험도 높아졌고, 입시 스트레스로 인해 ‘고3병’이나 ‘입시병’이라 불리는 정신불안이 생기기도 한다.

세 번째 문제는 현 교육시스템을 정부가 제대로 통제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아무리 학교에서 창의적인 학습을 유도한다 하더라도 입시 위주의 공부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이 학원이라는 사교육을 선택할 수 있는 한, 앞서 제시된 문제점들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사교육은 지나치게 비대해져 있다. 사교육 시장 규모를 보면 약 32조 원 이상으로 전체 교육예산의 60%에 이를 뿐만 아니라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이처럼 사교육 시장이 커질수록 사교육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교육이 그 자체의 본질보다는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외국과 비교해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사교육에 투여되는 재원은 지나치게 많다. <표1>을 보면 우리나라의 전체 교육비 지출은 OECD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데, 특히 사교육비는 평균의 3배 이상이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우리나라보다 전체 교육비 지출은 적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지출이 훨씬 높다. 사적 영역이 많이 발달한 미국조차도 한국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양의 공공재원을 교육에 투입하고 있다. 이처럼 사교육 시장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공교육이 약해졌다.

아이들이 꿈꿀 수 있는 교육 만들기

교육은 향후 한 사회를 이끌어 갈 미래 세대에게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소양과 사회적 규칙 등을 습득하게 함으로써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구성원으로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중요성 하에서 교육시스템을 개혁하고자 그동안 여러 정책들이 시행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부터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현 정부 역시 교육개혁을 공공개혁, 노동개혁, 금융개혁에 이어 4대 개혁의 대상으로 간주하여 중점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교육 시장은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오히려 여러 정책들이 오락가락 시행되면서 교육부가 학원들을 살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역사과목이 필수가 되면서 학원가에서 역사 전공 강사들의 인기가 치솟고, 일부 학교에서는 ‘방과 후 학교’에 사설학원 강사까지 초청해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이런 정책적 실패는 우리 아이들을 또다시 죽음의 구렁텅이로 내몰고 있다. 작년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린 울산의 한 학생이 수능 전날 방에서 목을 맸고, 창원의 한 여학생은 몸을 던져 아파트 화단에서 발견되었다. 한 여학생은 서울 명문대 수시1차에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능을 망쳤다고 바닷물에 몸을 던졌고, 성적표가 나오기 바로 전날에도 한 남학생이 건물 화장실에서 목을 맸다.

이런 끔찍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본질로 되돌아가 전면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 우선적으로는 사교육 시장에 대한 규제이다. 현재 많은 사교육 기관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정부에서 제대로 현황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사교육 기관들을 대상으로 행정정보시스템을 구축하여 구체적인 현황을 파악하고 데이터를 구축해놓아야 한다. 그리고 향후 이를 바탕으로 아직도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야간교습 금지 등의 규제들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그리고 입시 위주의 초·중·고교 교육체계를 개편하여 창의력을 증진시키는 토론수업, 체험 학습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수업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입시 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원인 중 하나는 고학력자들이 경쟁력을 갖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로부터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따라서 교육정책만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교육의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것 역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장기적 관점에서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간의 부처 협력을 통해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공조를 하되 지금 시점에서 교육부는 교육 방향의 재정립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지금 한국사회를 지칭하는 끔찍한 단어인 ‘헬조선’도 ‘입시지옥’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학생 때 최초의 지옥인 입시지옥으로부터 좌절을 겪고 그곳을 벗어나더라도 취업경쟁 등의 또 다른 지옥들이 겹겹이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좌절이 누적되어 생긴 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가 계속해서 헬조선으로 남을지 여부는 입시지옥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입시 위주의 교육체계를 개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곧 수능이다. 올해는 꽃다운 목숨들이 입시 압박으로 인해 스스로 세상을 저버렸다는 슬픈 소식이 들려오지 않길 바란다. 이런 바람이 실현되려면 반드시 큰 틀의 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정치의 역할이다. 교육의 거대한 개혁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모아내는 일은 오직 정치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면적인 교육개혁을 통해 아이들이 현실적 제약을 넘어서서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꿈을 키워주는 교육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창의적인 꿈들이 현실이 되어 미래의 우리사회를 이끌어가게 될 것이다.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 교육을 망쳐놓은 ‘낡은 정치’의 불판을 교체해야 하는 이유이다.

정초원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상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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