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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일자리가 아닌 공정과 혁신
사람들은 성장 그러면 뭔가 좋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나무가 달나라에 닿을 때까지 크지는 않을 텐데…. 소나기가 오면 잠시 피하는 것처럼 경제도 사이클이 있다. 긴축과 확장의 시기를 잘 알아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따지고 보면 성장이란 건 사실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지구 상 인구가 늘어난 만큼 인류의 경제 크기도 성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어림짐작이 든다. 고로 남들 성장하는데 뒤처지지 않는 게 어쩌면 성장이란 단어의 본뜻일 수도 있겠다.

공정은 다양한 사람이 사는 한 중요한 기준이고, 인류는 지속해서 혁신하지 않으면 멸망할 수밖에 없다.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한 종만 제대로 만나도 재앙인 것처럼 인류의 혁신은 사실 과학의 발전과 그 궤를 함께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정부가 공정과 혁신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내건 데에 대해 찬성한다.

그런데 이를 헷갈리게 하는 건 함께 내건 구호다. 이것이 철학과 방향의 본질을 덮는 것은 아닌가 싶어 유감이다.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중심경제"가 바로 그것인데, 내용을 읽어보면 소득주도성장이란 것은 결국 공정성장 또는 ‘사람 중심의 경제’라는 말로 풀이할 수도 있다. 가처분 소득 증가, 사회안전망, 인적자본 투자라는 말은 달리 읽을 것도 없이 그 말이다. 민간의 공정한 분배를 촉진하고 정부가 나서 얼마간 이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면 아마 올바른 방향일 듯하다.

‘일자리 중심경제’는 그럼 어떤가? 이 또한 내용을 보면, 노동시장 제도 관행 개선이란 게 결국 공정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이고, 이는 당연한 길이다. 그런데 이 나라가 20세기 중국도 아니고 고용 친화적 시스템이라는 건 시기에 맞지 않는다. 중국이 한동안 자동화를 강력히 추진하지 않은 이유가 많은 인구의 일자리 때문이었다. 문제는 그러면서 동시에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다고 하니까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일자리는 곧 노동인데 생각해 보면 인류의 노동시간 총량은 지속해서 줄어들 게 분명하다. 그게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고 기회라면 기회다. 그러므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으로 정책의 방향을 잡으면 그 종착지는 안 봐도 뻔하다.

세금 늘려서 공공일자리라도 늘리고 이를 통해 소비를 북돋음으로써 기업의 성장이 이루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인데 천만의 말씀이다. 국가 경제의 총량이 변하지 않는데 그 안에서 내부 거래를 아무리 한들 실질적 성장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흔히 말하는 성장 또는 경제란 상대적 개념에 불과하다. 너보다 내가 더 잘 사느냐의 문제라고 봤을 때 국가의 경제란 결국 외국과의 차이 또는 경쟁력을 의미한다. 폐쇄된 북한도 경제가 성장하는 걸 보면 경제에서 숫자는 그저 숫자일 뿐이다. 결국, 삶의 질 문제이고 이는 공정과 혁신으로부터 비롯되지 않나?

그러므로 일자리 늘리기란 말은 허망하게 들리고 나아가 이 슬로건이 여러 사람을 헷갈리게 한다. 일자리 총량, 곧 노동시간 총량은 지속해서 줄어드는데 그걸 늘리겠다고 하니 말이다. 고로 일자리는 늘리는 게 아니라 나누는 시대에 들어섰다고 말하는 것이 더욱 분명한 표현이다. 고속성장의 시대를 뒤로하면서 지금보다는 모두 적게 일하되 공정하게 나누고, 휴식을 통해 혁신을 이루는 경제가 매우 쉬운 표현일 것인데,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또한 이렇게 잡는 것이 온당한 시대적 소임일 것 같다. 정부가 나서 공공일자리를 늘리는 등 인위적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이를 통해 소비를 북돋아 성장을 이루겠다는 식으로밖에 알려지지 않은 듯하니 반대가 없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사족이지만, 일자리 늘리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같은 인구에서 밤과 낮의 구분을 없애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언제인가 쓴 적이 있다. 잘 알다시피 우리의 밤 문화는 세계적이다. 이것도 유심히 보면 경쟁력이다. 인구는 똑같아도 사회가 깨어있는 시간이 길다는 건 그만큼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박정원 편집위원  pjw@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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