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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은 대형화만이 정답이다현물 출자를 통해 축산업 재구축에 나서야…

닭, 돼지, 소 등 우리 축산업은 해마다 구제역 등 전염병으로 몸살을 앓는다. 1년에 수천만 마리의 닭을 살처분해 그냥 땅에 묻는 일도 벌어지는데, 그 이유에는 소규모 축산 환경이 큰 몫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돼지를 도축해 가공하는 공장은 가능한 한 멀리 있는 곳에서 가져온다. 오는 동안 돼지가 배설물을 많이 빼면 무게가 내려가기 때문에 가격도 함께 내려간다는 것이다. (내가 친환경 사업을 하면서 접한 현실인데, 기가 막히더라.) 문제는 이 가축 운송 트럭이 한곳 농장에서 한곳 도축장만 오가는 게 아니다. 사료를 공급하는 업체의 트럭도 이곳저곳을 들리니 병균을 옮기는 역할도 함께 한다.

선진국의 축산은 대형이다. 삼양이 운영하는 대관령 목장이 그나마 비슷할 듯하다. 태어난 가축은 포장까지 마친 최종 생산물이 되기 전에는 바깥으로 나갈 수 없다. 다른 곳에서 가축이 들어오는 일도 없다. 내부에서 알을 낳든, 새끼를 낳든 개체 수를 유지하고 남은 것은 상품이 되기 때문이다. 들어오는 것이라곤 사료 등인데 엄격한 검수를 거쳐 가축들이 사는 곳에 들어가기 전에 소독까지 다 마치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병균이 옮겨지는 경우는 드물다. 생산물 또한 가공까지 다 마친 후 출하장에서 트럭에 실린다. 한마디로 완전히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구조라는 얘기다.

이런 구조의 대형화를 이루기에는 우리의 환경이 그리 적합하지는 않다. 땅이 없느냐면 그건 아니다. 이 나라에는 무인도도 많다. 축산업 현대화를 할 수 있는 자원이기도 하다. 구제역으로 살처분한 돼지가 묻힌 땅이나 조류인플루엔자로 살처분한 닭이 묻힌 땅은 무엇에 쓸 것인가? 땅이 없어서 못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잘 보여준다. 문제는 그나마 소규모 축산으로 자녀의 학비도 대는 식으로 운영되어온 구조를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창 광우병 문제로 난리가 났을 때 "몽골에서 한우를 키우자"라는 글을 썼었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구조를 만드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제대로 된 생산자 협동조합의 역사가 짧다. 더군다나 박정희 정권 시절에 만든 농협이 협동조합이라는 형태의 나쁜 점만 보여주고 있는 형편이다. 경제민주화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경제가 합리적이 못하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나라 민주주의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이유에는 협동조합 운동의 부실도 큰 몫을 했다는 글 또한 오래전에 쓴 기억이 난다. 내가 그런 주장을 했을 때 이미 협동조합 운동은 철 지난 얘기라고 많은 이들이 말했었는데, 한 나라의 발전 과정에는 생략하지 못할 무엇이 있는 법이다.

지금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문제의 근원은 무엇일까? 과도한 개인의 욕심이 밑바닥에 깔렸다고 나는 확신한다. 이기심이 판치고 불신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협동조합이라는 게 제대로 운영되기가 쉽지 않다. 조합원의 총의를 모으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구조를 연구하지 않았으니 재벌 사주 밑에서 굴러먹으면서 스스로 기득권화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이다. 이 나라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 세력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유행 따라 사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하면 되는데…

폐일언하고, 소규모로 가축을 키우는 이들의 소나 돼지 등 개체를 현물 투자로 바꾸면 이런 대형화를 못하란 법은 없다. 이를 꼭 협동조합 형태로 하라는 법도 없다. 주식회사 구조도 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먹을 거나 소형으로 키우고 상품화를 하기 위한 축산은 이렇게 대형화해 현대적으로 재구축해야 한다. 어렵게 축산을 하다 하루아침에 가축 다 죽여 파묻는 일을 반복하지 말고 차라리 주주로서 권리를 획득해 축산업의 한 축으로 남아 이익을 취하는 것도 생각해 보라는 뜻이다.

박정원 편집위원  pjw@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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