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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차원적 세상을 사는 방법시공간과 존재의 다양성을 긍정하고 자신도 다르지 않다는 보편의 정신

지구 상에 가장 필요 없는 종이 인간이라는 말도 있다. 세상 어떤 동식물도 태초부터 주어진 생태계에서 크게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데 인간만 별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이 있어 점과 선과 면과 입체 그리고 시간과 인식 관념 등, 사람들은 이를 차원이라는 말로 규정 또는 표현하고 있다. 시간까지 계산하면 4차원인데 인간의 호기심은 끝이 없다. 내가 지금 모른다고 해서 어떤 것이 원래 없다는 생각을 할 수 없듯이.

현실 얘기를 하자. 세상을 입체라고 가정했을 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많고 적음을 수직이라 보고, 생각의 다름과 공간의 차이는 수평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걸 유식한 말로 하면 태생적으로 복수성을 가진 존재이자 다양성을 부정할 수 없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뜻이 되겠다.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대변하는 정치철학의 전제다.

이 입체의 공간 어디쯤 우리는 모두 속해 있다. 시간의 변화에 따라 그 입체적 위치가 잠시도 변하지 않고 움직인다. 내가 안 변해도 다른 사람이 변하기 때문에 이는 절대 불변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세상은 4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철학과 신앙 등 인간의 관념과 인식에 따라 이런 입체적 위치를 스스로 부정하고 타파해야 할 그 무엇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흔하다. 그럼 이건 한 5차원쯤 되는 것 같다. 시공간을 넘어 인간의 본질적 가치 어쩌고 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인간이다.

그런데 인간은 개인적으로도 항상 부족한 존재다. 이 글을 쓰면서 담배를 한 대 꺼내어 입에 물었는데, 라이터가 아니라 커피잔을 입에 들이댔다. 쓴웃음을 지으면서 바보 아니냐고 혼잣소리를 한다. 그런 게 인간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누가 보았을 때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사람도 있고 속으로 바보스럽다고 비웃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사람들에게 나를 바보라고 소리쳐 말하는 사람도 있다. 행위는 내가 했는데 평가는 남들이 하고 그에 파생하는 행동이 마치 북경 나비의 날갯짓처럼 번져가는 세상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세상에 인과관계가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피워 오르는 담배 연기도 외부적 요인이 있으니 위든 아래든 움직이고, 누군가 무엇을 하면 그에 따라 다른 누군가가 행동을 하는 건 가히 필연적이라 할 수도 있다. 뭔가 하나를 딱 들어내어 규정하기가 모호하다.

어떤 이들은 흉악범을 사형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어떤 이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사형은 안 된다고 주장한다. 사실 자연의 세계 측면에서 보면 사형제가 더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면 반격을 받고 반격을 물리칠 힘이 없으면 죽는 게 동물의 세상이다. 식물의 세상도 비슷하다. 큰 나무 아래 작은 나무 죽듯이 세상 만물은 서로 죽고 죽인다.

어떤 때에는 매우 계산적이다가도 어떤 때에는 도저히 합리적 이해가 불가능할 정도로 감정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은 그래서 매우 다차원적이다. 이유가 있는 범죄가 있는가 하면, 그저 자신의 감정과 인식에 충실해 벌이는 범죄도 흔한 세상이다. 이게 현대에 들어서만 있는 게 아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의 범죄는 자신만의 인식 속에서 합리화되고 정당화되는 경우가 흔했다. 기술이 발전하고 갈등이 커지고 인구가 늘어가는 데에 비례하여 증가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욕심도 다양하고, 만족의 크기도 제각각이고, 어떻게 봐도 이기적 존재라 할 수밖에 없는 인간은 그래서 자구책으로 체제를 만들고 법을 만들고 합의의 장도 만들어낸다. 어떤 이도 100% 이타적일 수 없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정치 활동을 하고 사회적 운동을 한다고 자신을 이타적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래서 오만이다. 시공간과 존재의 다양성을 부정하지 않는 가운데 자신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는 보편의 정신이 필요한 이유다.

박정원 편집위원  pjw@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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