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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편향이 아닌 이기심너무나 알뜰한 당신들에 대하여…

누군가의 글에 ‘확증편향’이란 용어가 있기에 자료를 잠깐 뒤져봤다. 이 글을 쓰는 진짜 목적은 어떤 개인과 집단의 주장이 뭔가 고상한 것처럼 느껴지는 심리학 용어 '확증편향'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냐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되었지만, 일단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확증편향'이란 심리학 용어는 영국 심리학자 ‘피터 웨이슨(Peter Wason)’이 1960년에 제시했다. 복잡하고 불분명한 정보 중에서 자기 신념에 맞는 정보를 찾는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자기가 믿는 걸 뒷받침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법관마저도 ‘확증편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연구가 있을 정도이니 큰 문제라고 하겠는데, 인간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누구나 선입관이라는 게 있으므로 개인적 차원에서 이를 해소하는 방법은 찾을 수 없을 듯하다.

그러므로 재판을 예로 들자면 특정 판사에게 판단을 전적으로 맡기기보다는 배심원제가 훨씬 합리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개인적 차원의 대책은 불가능하지만 이렇게 이질적 요소를 배합한 어떤 집단의 결정이 개인 단독의 판단보다는 상대적으로 합리적 판단에 가까울 것 같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의 책 '감정독재'에 보면 "한국 정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주로 정치인들만 욕할 뿐 대중은 늘 피해자라는 식으로 말하지만, 정치인들은 대중의 확증편향에 영합할 뿐이라고 보는 게 진실에 더 가깝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참 탁월한 지적이다.

이는 요즘 유행인 SNS에서의 현상을 봐도 알 수 있다. 인터넷이라고 하면 불특정 다수와 만나는 공간으로서 소통에 유용할 것 같은데 현실에서 보면 거꾸로 어떤 사안이나 인물 등에 대한 호불호 등 생각이 비슷한 사람끼리 뭉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강하다.

총론적으로 생각이 비슷한 어떤 공동체가 점차 각론에서 갈라지기 시작하면 결과가 어떨까? 한국 사회처럼 추종 심리가 강하게 작동하는 환경에서는 한 사람을 인격적으로 파괴하는 현상도 자주 일어난다. 여론이 어느 방향성을 가지면 그와 다른 소리를 내기가 매우 어려운 사회다.

이런 문제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데 책임 있는 공인들마저 오히려 현상을 이용하거나 수동적 자세로 일관한다. 예를 들어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집단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사람들 간에 증오와 조롱이 넘쳐나도 그 대상인 당사자 정치인이나 정치집단이 자신들을 지지하는 대중을 향해 비판적 발언을 하는 경우는 내가 기억하는 한 없었던 것 같다.

이런 여론몰이식 문화에 확증편향인지 아니면 저질적 이기심의 다른 표현인지 모를 주장이 결합하면 결과는 십중팔구 비극적이거나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댓글로 사람이 죽는 등, 인터넷에서의 인격살인이 종종 있었음에도 한국 사회는 이를 고치지 못하고 있다. 사과와 반성이란 건 타인에게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해야 하는 일일 텐데, 논란이 잦아들면 언제 그랬냐는 자신에 대해서 관대한 한국 사회는 솔직히 무서울 정도다.

'체리피커(cherry picker)'라는 표현이 있다. 자신의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인데,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얌체족'이라는 뜻이다. 세일 상품만 노리는 소비자, 신용카드의 부가 혜택은 다 누리지만 실제 사용액은 적은 소비자 등, 우리 사회는 이런 사람들을 알뜰 소비자로 치부하기도 한다. 믿어지지 않지만, 심지어 커피숍에서 계산은 친구가 했는데 포인트 적립은 본인의 적립카드로 하는 예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소비 행태에는 부작용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경제 논리상 착한 소비자 또는 알뜰하지 못하거나 공짜에 대해 일정한 죄의식을 느끼는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그만큼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이익이 아닌 공동체 구성원의 고른 이익을 추구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한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결국 그 사회의 도덕의식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벌어지는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 파견근로 문제, 귀족노조 등등 수많은 사례에서 사람들은 '확증편향'이라는 심리학적 용어를 고상하게 들이대지만, 나는 이것이 어떤 신념이나 이념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이기심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너무나 알뜰한 당신들이다.

박정원 편집위원  pjw@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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