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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 명칭부터 바꿔라기업을 모험적으로 시작하는 사람은 절대 없다

벤처(Venture)란 용어의 사전적 의미는 "위험을 무릅쓴 모험" 등이다. “운에 맡긴다.”라는 뜻도 있고, 변형되어 "새로운 개발 사업"을 뜻하기도 하는데, 바로 이 변형된 단어로서의 벤처를 우리는 흔히 벤처로 인식하고 있다. IMF 이후 벤처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는데 결과는 어떤가 살펴보면 다 헛일이었다. 사업에는 모험이 없는 법이다.

어떤 자연인이나 기업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모험은 할 수 있다. 다 성공하는 게 아니기 때문인데, 반면에 어떤 사람도 자기가 시작하는 사업에 타당성이나 자신감이 없음에도 시작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 물론 그런 경우가 있기는 하다. 안 될 걸 알면서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국가의 지원 재정이나 축내자고 덤비는 일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벤처기업 열풍의 결과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회사 구성원에 박사 석사 등등을 그럴싸하게 배치하고 뭔가 그럴싸한 사업계획안을 문서로 잘 꾸민 후 각종 지원사업의 수혜자가 된 후에 결과물이 없는 경우다. 시쳇말로 먹튀를 하는 행태인데 과거의 벤처 열풍 중 거의 대다수가 이런 결과가 나왔다.

필자의 페이스북 캡쳐

좀 겸연쩍지만 그림을 하나 올린다. 페이스북에 보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등을 기록하는 부분이 있는데, 내가 해봤거나 할 수 있는 일들을 썼을 때 제시어가 나오면 추가할 수 있다. 심심풀이로 써봤는데, 할 수 있는 일이나 해봤던 일 중에서 빠진 것은 있을지 몰라도 없는 걸 쓴 경우는 없다. 그런데 나열한 일들에 접하면서 나는 모험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름대로 될 것이라는 합리적 추정과 자신감으로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국가의 부처 이름에 벤처가 들어간 곳이 있다. 당장 장관도 없는 유일한 부처로서 ‘중소벤처기업부’가 바로 그곳이다. 세상이 아무리 말세라지만 국가가 나서서 국민에게 모험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시중에서는 나돈다. 정치권 내부에서도 이에 대해 말이 많다. 예전의 벤처 열풍의 결과를 아는 사람들이 특히 부정적이다.

그 단어를 쓴 의지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사회 저변에 깔린 인식은 과거와 달리 부정적이다. 나는 무슨 사상이나 철학 같은 것도 특출나게 없고 인정하는 부류의 사람은 아니다. 다만, 상식이라는 것의 위대함을 믿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기대만은 있기에 아직도 사람 사는 곳에서 숨을 쉰다. 어떤 일도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은 결국 파국을 맞고, 합리적이 않으면 도태된다고, 아니 도태되어야 한다고 믿고 기대할 뿐이다.

탈무드에 보면 "물 같은 사람이 되라."는 격언이 나온다. 너무 어렸을 때 읽어서 기억이 불분명하지만 아마 있을 것이다. 순수한 물은 네모난 병에 담기면 네모의 형태를 띠고 빨간 병에 담기면 빨갛게 보인다. 세상은 오묘해서 분자가 결합해 어떤 형태를 띠는 게 상식적이지만, 어떤 환경이 본질을 변화시키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환경에 따른 진화가 이루어지고 혹은 돌연변이가 나오게도 한다.

이름 함부로 지으면 팔자가 변한다는 말도 있는데, 이 엄혹하고 냉정한 시기에 국민에게 벤처를 종용하지는 말자.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작은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열심히 노력할 수 있도록 토대를 묵묵히 마련해 주는 일이 정부가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냥 ‘중소기업부’라고 해도 누가 뭐라 안 한다. ‘중소기업육성부’도 좋을 것 같다.

박정원 편집위원  pjw@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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