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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전쟁이 맞으며, 현재진행형이다.

서럽고 힘없는 식민지가 하나 있었다. 강점했던 나라가 전쟁에 패하자 승전국이 이 식민지를 둘로 나눴다. 이 분단은 비극의 씨앗이 되었고 1950년에 전쟁이 터졌다. 대리전쟁이냐 아니냐 단순히 규정하기가 어렵지만, 발발의 과정에 이 승전국들이 아무런 행동이나 책임이 없었던 게 아니기에 대리전쟁이라 생각하는 이가 있더라도 아니라고 반박하기는 어렵다. 관점의 무게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전쟁으로 수백만이 죽었고 수천만이 가족과 이별했다. 심지어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었다가 패한 나라, 분단의 빌미를 제공한 나라가 이 전쟁을 경제 복구의 기회로 삼는 일도 생겼지만, 이 전쟁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고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그걸 이유로 갈라진 양쪽에서는 독재도 이루어지고, 온갖 갈등의 근원을 찾아 들어가면 분단이 빌미가 되고 있다.

그러므로 오늘날 벌어지는 상황까지 견주어서 생각하면 대리전쟁의 성격이 더 분명해졌다. 한쪽이 항복한다면 모를까, 이 땅을 전부 폭탄으로 갈아엎고 하늘을 폭탄의 재로 덮어, 사람이 아예 살지 못하는 곳으로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분단 상태를 계속 유지할 요량인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1950년 전쟁에서 양쪽 군사작전의 지휘권을 가졌던 나라들이 경쟁하고 서로 견제하고 있다. 이 반도 땅은 마치 이들의 바둑판 같은 곳이 되어 있다.

힘없고 서러운 나라에 대한 관리권을 서로 나눠 가지기로 합의하는 등, 제국주의와 냉전 시대의 많은 역사적 사실들이 대리전쟁이라는 표현을 낳게 한 근원적 이유이며, 오늘날의 상황까지 중첩적으로 해석하면, 대리전쟁이라는 표현은 결과적으로 옳고 게다가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문제는 이 서럽고 힘없는 민족이 이를 스스로 떨쳐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끄러운 일인데 서로 남 탓만 하고 있으니 이들을 양식을 가진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혀를 깨물어 피를 토하고 죽어도 시원치 않을 일인데…

남 탓을 하고 또 하기를 반복해 파편화되고 아예 모래알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개인들이 어쩌지 못해 모여 살 뿐인 형국이 이 반도 땅을 사는 사람들의 현실이라면, 양극화, 불공정, 불공평, 불합리 등은 당연하며, 그러므로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을 터, 이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원하는 미래란 게 무엇이냐고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꿈이 없는 듯해서 하는 말이다.

( 이 글은 필자가 개인 페이스북에 썼던 글을 옮겨 다듬은 것입니다. https://facebook.com/jeongwon.park.106 )
 

박정원 편집위원  pjw@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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