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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관들이 소장 임명 요청한 이유법률적으로는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

우리 헌법 제66조 2항에 보면 대통령은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헌정질서 중단이나 문란을 얘기하면서 흔히 쿠데타에 의한 정권 전복 등에만 관심을 두게 되는데, 이 조항을 폭넓게 해석하면 특정 헌법기관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또한 헌정 문란이자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대통령이 이를 고의로 내버려 두는 것이라면 이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불가피성이 존재해야 정당성이 있는데 국회가 한 번 인준을 거부했다고 임명을 지연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일단 문제는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정원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하위 법률도 아닌 헌법 제111조 2항에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헌법 제113조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라고 못 박고 있는데, 이는 결국 3/2 이상의 찬성 의견이 있어야만 위헌 결정, 탄핵, 정당 해산,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 결정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장 그대로만 읽어도 일단 재판관 결원이란 헌법 규정을 어긴 것이다.

또한, 혹자는 8명일지라도 인용 결정에 6명이 찬성화면 2/3를 넘었다고 할 수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강변할지 모르겠지만, 이는 천부당만부당한 주장에 불과하다. 재판관들의 평의 과정에서 의견의 교환이 있는데 결원이 있다는 것은 의견의 방향을 정하는 데에 어떤 한계가 있다는 지적 또한 나올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걸 떠나서 헌법에 9명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는 채워야 하는 게 정상이고, 이에 대한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 이는 국민이 헌법에 따라 대통령에게 위임한 직무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그런데 청와대는 김이수 재판관의 소장 임명이 국회에서 인준되지 않자 헌법재판소법 제12조 4항 "헌법재판소장이 궐위(闕位)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다른 재판관이 헌법재판소 규칙으로 정하는 순서에 따라 그 권한을 대행한다."라는 규정을 들어 권한대행 체제로 한동안 유지하려는 듯한 느낌을 주어 왔다. 그런 분위기였을 뿐 그렇게 하겠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는 엄밀히 따지고 들면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일단 헌법재판소법은 헌법보다 하위의 법률로써 헌법에 정한 가치를 지키는 가운데에서만 유효하다. 그런데도 권한대행 규정을 둔 것은 재판관 중 누군가가 사고 등이나 사퇴하는 경우가 항상 있을 수 있으므로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취지로 둔 조항이다. 문자 그대로만 해석하면 마치 권한대행으로 지속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듯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매우 소극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조항이며, 이를 일반인이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바로 민법의 위임 부분이다.

우리 민법 제691조를 보면 "위임 종료의 경우에 급박한 사정이 있는 때, 기존의 수임인은 위임한 자의 상속인이나 법정대리인이 위임사무를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 그 사무의 처리를 계속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위임의 존속과 같은 효력이 있다. 아무 관련이 없는 듯하지만, 법률적 상식으로 보면 권한대행이란 이와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장의 자리가 비면 일단 임시로라도 권한대행을 선정해 차기 헌법재판소장(이는 상속인이라고 볼 수 있다.)이 헌법에 따른 국민의 위임사무를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만, 그 사무의 처리를 계속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가 동의하는 절차를 거쳐 헌법재판소장이 취임해야 하는데, 이를 고의로 지연시키는 상황이 된다면 이건 심각한 문제다. 당장 헌법에 어긋나고, 법률적 관점에서 볼 때 국민의 위임사무를 처리해야 하는 책임을 회피한다는 논리적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게 탄핵의 사유가 아니면 무엇이 탄핵 사유인가? 탄핵이란 게 정치적 결정이기 때문에 꼭 법률로만 따질 문제는 아니지만, 그렇다는 얘기다.

법률 공부를 전문적으로 하지 않은 필자도 잠깐 생각해보면 알 만한 이런 논리적 귀결을 이 나라의 헌법재판관들이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렇지 않을 게 분명하다. 그렇게 혹시라도 생각한다면 헌법재판관 자격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당장에라도 되도록 이른 시일 내에 헌법재판소장을 재지명해 국회에 동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발표해야 한다. 그리고 혹시라도 이런 제안을 대통령께 한 참모가 있다면 그는 스스로 응당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이건 단순한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

박정원 편집위원  pjw@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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