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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의 과학

비누는 어차피 화학물질이다? 맞다.

비누나 세제는 모두 계면활성제다. 계면에 흡착하여 그 표면장력을 감소시키는 물질이다. 물에 계면활성제를 첨가하면 기름 등의 계면에 독특한 작용이 일어난다. 때가 피부나 섬유 등의 표면에 붙는 힘이 줄어들고, 비누가 함유된 물에 생겨난 ‘마이셀(micelle)’에 달라붙는다. 이후에 물을 제거하면 세탁이 끝나는 것이다. (주: 계면활성제 등 양친매성 물질을 물에 녹이면 어느 정도 이상에서 친수기를 밖으로 친유기를 안으로 향해 회합하는데 이를 마이셀 또는 미셸이라고 한다.)

어떤 이는 천연기름을 써서 만들었더라도 엄격히 말해 100% 천연비누라고 칭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첨가물인 양잿물이 합성 제품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맞기도 하도 틀리기도 하다.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어떤 물질이든 화학적 결합물이 아닌 건 없다.

물론 비누를 만들 때 양잿물을 쓰지 않고 만드는 방법은 없다. 이 양잿물은 소금을 전기분해 해서 만든다. 이걸 합성 제품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도 의문이다. 엄격히 말해 합성이란 물질과 물질을 반응시켜 다른 물질을 만들었을 때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다만, 잿물이 자연 속에 그냥 존재하는 게 아니라 열을 가하든 전기분해를 하든 물리적 방법으로 얻은 물질인 것은 맞다.

양잿물이란?

잿물이란 볏짚을 태워서 나온 재(災)를 물에 풀어 두었다가 고체를 걸러내고 남은 물을 말한다. 한마디로 재를 우려낸 물이다. 이러면 강한 알칼리인 수산화나트륨(NaOH)이 생겨나는데 만져 보면 약간 미끌미끌하다. 재 속에는 원래 규산나트륨(Na2SiO3)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것이 물과 반응하여 잿물로 변한다. Na2SiO3가 가수분해되는 이유는 이 화합물이 강염기 NaOH와 약한 규산 H2SiO2의 중화에서 생긴 염이기 때문이다.

원래 잿물 자체에는 세척력이 없다. 그런데 가열된 기름에 잿물을 넣으면 기름이 분해되어 비누가 생기고, 이 비누가 세척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잿물이 지방을 가수분해해서 비누를 만드는 반응, 이를 비누화 반응이라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 쓴 잿물이 수용성 알칼리의 효시였는데, 서양에서 저렴한 NaOH가 들어오자 이를 서양에서 온 잿물이라고 해서 ‘양잿물’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비누의 생산 과정

비누는 지방산의 금속염, 그중에서도 나트륨염을 말한다. 세탁용으로 쓰면 세제다. 

참고 서적: 생활 속의 화학과 고분자 (저자 정진철 포스텍 명예교수)

위 그림처럼 지방에 양잿물(NaOH)을 가하고 가열하면 지방이 분해되어 글리세린과 지방산 나트륨염으로 분리된다. 이 화학반응을 비누화라 일컫는다. 이 반응에서 비누가 얻어진다.

이 화학반응으로 품질 좋은 비누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확한 원료 첨가 비율을 지키고 반응으로 생긴 부산물을 제거해야 하며, 반응물로 생겨나온 비누를 잘 정제해야 한다. 특히 비누에 함유된 수분을 제거해야 한다. 수분이 많으면 쉽게 물러진다.

원료 첨가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모든 원료의 분자 무게비를 알아야 한다. 양잿물(NaOH)의 분자무게는 40인데, 기름의 분자무게는 위 그림의 왼쪽 지방 부분처럼 x, y, z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소기름의 경우 약 900~950의 범위이다. 900이라고 가정하면 기름/NaOH 무게비는 900/40으로 조절되어야 한다.

기름과 가성소다(수산화나트륨)의 무게비율에서 어느 한쪽이 많아지면 반응하지 못한 물질이 남게 된다. 이를 분리하지 않아 기름 성분이 많이 남은 상태로 비누를 만들면 물에 잘 녹지 않게 되고, 이런 비누로 씻으면 피부에 기름이 남는다. 반대로 가성소다(양잿물)를 많이 투입해서 남게 되면 양잿물은 강한 알칼리성이므로 피부 자극이 심해진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 비율을 이용해 용도에 맞는 비누를 만든다는 걸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해 준다는 광고가 넘쳐나는데 피부에 수분을 남겨둔다고 가정할 때 과연 얼마의 시간 동안 피부 표면에 수분이 남아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한다는 광고의 의미를 정확히 표현하자면 적당한 수준의 유분이나 글리세린 등이 피부에 남아 있게 한다는 뜻이고, 그러기에 비누나 화장품은 피부에 남겨지는 성분이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합성한 물질이라도 기능을 우선하는 걸 중요하게 여길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 피부건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관점도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단순한 구조이며 제조 과정이 명확한 양잿물의 실제 순도도 사실 정확지 않다. 유통 중에 수분이 흡수되어 탄산나트륨(Na2CO3)이 생기기도 하는데, 탄산나트륨은 수산화나트륨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생성된다. 그러니 순도를 정확히 맞춘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기름의 순도를 측정하는 일은 더 어렵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변수가 x, y, z 세 개나 되고, 기름이 아닌 것도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천연기름인 경우는 훨씬 복잡하다. 결국, 이를 정확히 화학적으로 측정하려는 것보다는 시험생산을 통해 목표로 하는 비누화 수치가 어떤 비율에서 나오는지를 직접 확인하는 게 가장 정확한 방법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어떤 과학자는 이 비율을 절대로 일반인이 정확히 지키기 어렵다고도 하는데, 그건 지적 오만일 뿐이다. 재료란 그때그때 들어올 때마다 똑같은 게 아니므로 언제나 똑같은 비율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고, 번거롭더라도 소량을 시험 생산해 알맞은 비율을 얻어내면 된다. 뛰어난 과학자가 좋은 장비로 화학적 분석을 하더라도 생산 전에 미리 비율의 수치를 얻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참고 서적: 생활 속의 화학과 고분자 (저자 정진철 포스텍 명예교수)

위 그림은 곁가지가 달린 ABS(알킬벤젠 설포네이트)인데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기 힘들어 경성 세제라고 칭한다. 하천공해의 주범으로 지적되어 약 20여 년 전에 이미 생산이 금지되었다.

참고 서적: 생활 속의 화학과 고분자 (저자 정진철 포스텍 명예교수)

위의 선형 ABS는 연성 세제로서 경성 세제를 대체한 상품이다. 지금도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이것은 그림에서 보듯이 벤젠고리를 함유하고 있는데, 여러 단계의 화학반응을 거쳐 합성되며 천연 원료는 전혀 첨가되지 않는 100% 합성세제이다. 이 선형 ABS는 그림에 표시한 세제 중에서 가장 세척력이 우수하다.

그 이유는 벤젠고리가 소수성을 증가시키는 데다가 친수 부분도 설폰산염으로 되어 있어 친수성이 대단히 높다. 그래서 선형 ASO(알킬 설포네이트)나 선형 ASA(알킬 설페이트) 또는 비누(알킬 카복실레이트)보다 훨씬 강한 마이셀을 형성한다. 이런 연유로 단시간에 새하얀 빨래가 되기를 원하는 우리 국민성에 가장 적합한 세제가 된 것이다.

참고 서적: 생활 속의 화학과 고분자 (저자 정진철 포스텍 명예교수)

이처럼 다른 합성, 반 합성세제들은 모두 친수기가 설포네이트 또는 설페이트인데 위 그림처럼 유독 비누는 카복실레이트로 되어 있다. 그 이유는 천연 지방산을 화학적으로 전혀 변화시키지 않고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비누들도 이는 똑같다. 다만, 가격 경쟁력을 갖기 위해 저렴한 기름을 써야 하는 것은 물론 비누의 기능성을 높이고자 화학적 첨가물을 넣거나 나아가 장기간 유통하기 위해 방부제 등을 첨가해야 한다는 게 다를 뿐이다.

카복실레이트 염은 설포네이트 염보다 대단히 약한 산의 염이므로, 비누는 물에 대한 용해 속도도 느리고 세척력도 나쁘다. 세탁시간도 많이 걸리고 또 새하얗게 씻어내지 못한다고 해서 지금은 물빨래용으로 거의 쓰이지 않는다. 세탁비누 찾아보기가 어려워진 이유이다. 식구들의 피부건강과 지구의 환경보전을 고려하면 세탁비누가 가장 좋지만…

비누는 어떤 원리로 때를 제거할까?

서두에 썼듯이 비누는 계면활성제로 때가 피부나 섬유에 흡착한 면에 작용해 붙어 있으려는 힘을 줄이고, 비누가 함유된 물에 생겨난 ‘마이셀“에 때를 흡착시킨 후, 물을 씻어냄으로써 피부나 섬유를 깨끗하게 만든다.

참고 서적: 생활 속의 화학과 고분자 (저자 정진철 포스텍 명예교수)

일정 농도 이상으로 비누를 물에 녹이면, 그림에 보인 바와 같은 마이셀이 생긴다. 마이셀은 수 nm 정도로 매우 작다. 이런 마이셀을 만드는 근본적인 힘은 막대로 표시한 부분이 물을 싫어(소수성=친유성)하고 +, -로 표시한 이온 부분은 물을 좋아(친수성)하기 때문이다.

마이셀의 구조를 관찰하면 친유성 막대 여러 개가 모여 이루는 공간은 기름을 빨아들이는 일종의 블랙홀이다. 막대 한 개만 해도 친유성이 높은데 많은 수가 모였으므로 친유성이 지극히 높아진 것이다. 그래서 때는 마이셀과 화학결합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블랙홀 속에 녹아들어 간 것이다. 기름에 대해 블랙홀과 마찬가지 작용을 한다. 그래서 물에 녹지 않는 비수용성 물질을 마구 흡인한다.

세제농도가 너무 낮으면 마이셀이 형성되지 않지만 일단 마이셀이 형성되면, 세제를 더 가한다고 해서 마이셀 양이 늘어나지 않는다. 대략 물에 대해 0.5% 수준에서도 마이셀은 충분히 형성된다. 정량 이상은 낭비일뿐더러 환경만 오염시킬 뿐이다. 과량의 합성세제가 하천으로 흘러들면 하얀 거품이 나면서 생물학적 및 화학적 산소요구량(BOD 및 COD)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합성세제를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피부건강 등도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지만, 우리가 먹는 물을 오염시키고, 그 물로 생명을 유지하는 모든 생명체를 오염시킨다는 점에서 결국 우리가 버린 합성세제를 우리가 섭취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박정원 편집위원  pjw@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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