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시사 국제·외교 박정원의 생각창고
우리는 중국의 변방인가?보복은 당연한 교전수칙

짜증 제대로, 얼마나 성질이 돋는지 이 글을 쓰다가 약을 다 먹었다.

사람이 살면서 개인적 이해관계와 떨어져 사회 현상을 바라보고 정치적 결정에 찬반을 표시하는 게 쉽지는 않다. 사드 갈등으로 발생한 중국 관광객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나 또한 이 파급효과에 적잖은 피해를 봤다. 그나마 안 되던 가게 문을 아예 닫았다. 서울 한복판에 실평수 70평짜리 매장을 닫았으니 이러고 저러고 말할 것 없이 완전히 망했다. 대략 계산해도 최소 7억 이상을 2년 만에 날렸으니 본전 생각이 안 나면 사람이 아니다.

사드 배치 이후에 이곳 남대문시장과 명동 거리에 있는 상인들이 죽는다고 아우성인 걸 매일 봤다. 같은 건물에 있는 호텔은 야간 근무자를 두기 어려워 어느 날인가 연세가 꽤 드신 분으로 바꾸었다. 그렇게 버티다 보니 조금 변화도 생겨난다. 일단 거리에 나가보면 그전보다 훨씬 쾌적해졌고,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의 시끄러운 소리를 듣지 않으니 이제야 서울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 관광객 표정도 밝아졌고, 이따금 보이는 중국인 관광객 수준도 이전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 나는 이 기회에 관광 정책을 엄밀하게 따져 저가 관광객 유치 정책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하나다.

얼마 전 제주도가 요즘 중국어 간판 없애느라 바쁘다는 기사를 접했다. 이제야 정신을 차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한국이냐 싶을 정도로 중국어로 도배를 한 거리를 중국인이야 좋아할지 모르지만, 제삼국 관광객들에게는 위화감이 들 수밖에 없다. 사실 중국인들 처지에서 봐도 그렇게 자기들 언어로 도배된 나라가 장기적으로 무슨 흥미가 있을까? 이런 식으로 정책을 유지하면 날이 갈수록 중국인 관광객 수준도 하락할 수밖에 없는 건 불문가지이다. 관광이라는 산업은 문화 고유성이 최대의 자원인데 이게 사라지면 그건 관광이라고 할 것도 없다.

연합뉴스 사이트 캡쳐

중국 정부 또한 그냥 둘 수 없다. 정부 차원에서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변명해대지만, 그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말본새일 뿐, 사드 배치 이후에 보여준 중국 정부의 행각은 그야말로 저질적 행동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지난날 내 사업상 이익을 위해, 제품 조금 싸게 만들어 보겠다고 고가의 금형 등 장비를 이전하고 나름의 기술과 노하우는 물론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 등 수많은 인적 교류를 해온 나 자신부터 용서가 안 될 정도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수준의 저열한 행동방식을 보면서 구역질이 날 정도였으니까.

나는 사드 배치에 대해 찬성하지 않았다. 배치의 목적도 그렇거니와 배치 절차를 보면 이런 막장인 나라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는데, 탄핵이 되고, 정권도 바뀌었다. 그렇다고 사드 배치를 철회할 것이라는 생각은 선거기간 중에도 한 적이 없었다. 이 나라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혹시나 기대한 듯하고, 문 대통령 또한 후보 시절 그런 분위기를 선거기간 내내 유지했다. 역시나, 취임 후에는 임시배치라는 명분으로 더 서둘렀다. 좋다. 그에 대한 비판이든 무엇이든 다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싸워도 우리끼리 싸우는 것이지, 내 나라가 타국으로부터 업신여김을 당하는 꼬락서니는 정말 참아내기 어렵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손이 떨릴 정도로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내 자식이 잘못을 저지르면 나부터 나서 매질을 할 사람이더라도 내 자식이 남에게 맞는 걸 본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감정, 아마 이와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이 나라가, 이 정부가 서서히 사드 배치에 대한 앙갚음을 철회하려는 중국 분위기에 아무 말도 아무런 대응도 못 하고 있다. 이제 우리 차례가 왔는데…

자기들 마음대로 운항노선 줄였다 늘렸다 하는 게 국제선 항공노선이 아니다. 이 나라에 취항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중국과 우리는 비자 면제 협정도 맺어있지 않다. 당연히 관광을 오더라도 우리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나도 중국 가려면 비자 받고 간다. 무슨 투자 유치 어쩌고 하는데 말이 투자이지 결국 국내 부동산 거품이나 키우고, 기술 탈취에나 쓰였지, 건강한 투자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 당장 좋아질 것 같다고 사흘 굶은 개가 먹이 덥석 무는 식으로 달려들면 또 나중에는 어떡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외교도 전쟁이다. 우리에게 어떤 손해를 끼치면 그에 상응하는 보복을 꼭 해야 한다. 이건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이게 사라지면 그건 나라라고 할 수 없다. 자존심이 밥 먹여 주냐고? 그렇다. 자존심 없으면 나중에 비루먹는 수가 있다. 비루먹는 주제에 안 주면 굶어 죽는 것이지 별수가 있을 리 없다. 이런 식으로 가면 결국 중국의 변방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모르면 그건 정치인도 기업인도 언론인도, 나아가 건강한 국민도 아니다.

교전수칙을 지켜라.

 

박정원 편집위원  pjw@pressbyple.com

<저작권자 © 프레스바이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정원 편집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