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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과 학교 졸업장은 관련이 없다대졸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 대폭 늘어나

조선 시대 양반들의 입신양명이란 과거 급제뿐이었다. 될 때까지 하는 게 과거 공부였고, 이들의 과거시험 준비에 노비와 소작인은 물론이고 부모와 처자식까지 희생을 치렀다. 젊은 날을 이렇게 보낸 양반들이 나이 들어 변할 리가 없다. 과거에 낙방하더라도 보이는 건 권력뿐이고 아는 사람이라곤 작든 크든 관직을 거쳤거나 거친 집안의 일원이었다. 이들이 무리를 지은 결과가 조선의 망국을 불러왔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독립운동도 이들 무리가 더 많이 했다.

나라가 망했다고 해서 사정이 크게 바뀔 것도 없는 평민과 노비 계층의 인구가 훨씬 더 많았지만, 이들아 목숨 걸고 독립운동에 나설 이유는 많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창씨개명 어쩌고 말하지만 이름도 제대로 얻지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였고 착취와 수탈에 신음하기로는 조선 시대나 일본강점기나 별반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지키고 싶은 게 있어야 싸우는 법인데 일본군 강제위안부와 징용에 끌려가 희생당하지 않는 게 급선무였고 이들을 지켜줄 책임이 있는 양반의 무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무능했다.

노량진에 소재한 학원의 대형 강의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대학 졸업 이상 실업자는 33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2000명(0.5%) 증가했다. 이는 2000년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한다. 전문대학 졸업자를 포함하면 대졸 이상 실업자는 49만4000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고졸 실업자 44만4000명보다 5만 명 많은 규모다. 고졸 대졸 따져 통계를 내는 것부터 웃기는 일이다. 양반 상놈 구분해 따로 통계를 내는 게 아니라면 사회초년생 중 93만 8천 명이 실업자라고 발표하는 게 적절하다.

대학을 졸업했으나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는 366만6000명으로 전년 354만6000명보다 12만1000명(3.4%) 증가했다. 전체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율 0.6%보다 5배나 높은 수준이다. 대다수 언론은 대졸 실업자나 대졸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난 것은 학력 수준이 높아졌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현실과 괴리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한다.

신림동 모텔촌

학력과 학교 졸업장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그것부터 의문인데 우리 사회는 마냥 이런 식이다. 현상은 지금이 조선 시대인가 싶을 정도로 해괴하기만 한데 진단은 언제나 틀리니, 해마다 노량진 고시촌 등에 수백만의 젊은이들이 몰려 과거 급제를 하겠다고 부모 등골을 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들인 노력과 능력에 대한 반대급부가 조선 시대 사농공상 따지던 것처럼 불합리하다는 게 문제의 근원인데 말이다.

집어치우고 이 나라가 현대적인 민주공화국인지 왕정 또는 봉건국가인지 그것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학원가에는 대학과 학원만 있는 게 아니라 술집과 여관도 많다. 많아도 너무 많아 전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는 게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조선 시대 양반들도 그랬다. 노동은 남이 하고 자기들은 때에 맞춰 즐길 건 즐겨줘야 양반 체통이 선다고 굳게 믿고 살았다. 차라리 지금이 조선 시대라면 좋겠다. 믿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도 족보 있는 양반이다.

 

박정원 편집위원  pjw@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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