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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중, 베트남 종전선언 가능하다다자간 안보공동체 협상으로 이어져야!

베트남에서 남·북·미·중 4자의 종전선언이 가능할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으며 이루어지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결말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타고난 사업가, 아니 장사꾼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거래 상대방이 어이없어할 정도로 높은 조건을 내걸어 일단 흥정의 기준부터 바꾼다. 협상에 필요하면 실제 행동도 불사하면서 동시에 대화를 이어간다. 부지불식간에 종래의 관행 등은 어느새 사라지고 협상의 기준은 바뀌었다. 수법을 알아도 수퍼강대국 미국의 몽니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트럼프는 십분 활용한다. 이 수법에 놀아나지 않은 곳은 아마도 북한뿐일 듯하다. 비슷한 수법을 쓰기 때문이다.

그런 북미가 핵 협상의 중대한 고비를 넘어가고 있다. 동아시아 주도권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미국 군대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바꾸고 싶은 게 트럼프의 속내인데 이 용도로 북한만 한 카드도 다시 찾기 어렵다. 견제의 대상인 중국과 국경을 맞댄 북한과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출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모를 리 없는 트럼프다. 북한에 대한 초강경 태도와 관세 폭탄으로 중국 경제를 궁지로 모는 행동은 이런 관점으로 보면 기준을 바꾸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주한미군 방위분담금 협상도 그 연장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무리한 금액을 내걸고 협상에 나서 미국이 결국 얻어낸 건 종래와 다른 1년이라는 단기 조건의 합의다. 이마저도 동아시아 주도권 재구성에 활용했다고 유추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인데 이는 미국 군사력의 확대를 우려하는 중국과 북한에 주한미군의 감축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 몸짓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러시아와 일본에도 이는 유용한 외교 수단이다.

그만큼 중국을 바라보는 러시아와 일본 그리고 한국의 시각이 무겁고 복잡하다. 양날의 칼이라는 표현이 이렇게 딱 들어맞는 경우도 드물다. 과도하게 빠른 성장도 문제이고 어느새 세계 경제의 한 축이 되어버린 현실에 더해 막강한 내수시장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포기할 수도 없는 곳이 중국이다. 그 틈바구니를 여는 열쇠가 어쩌면 북한일지도 모른다. 장장 1500Km에 달하는 국경을 맞댄 나라이자 동북 삼성 지역에는 한글을 쓰는 조선족이 자치구까지 일구면서 살고 있다.

태평양 건너 미국은 20세기에 일본의 공격을 받은 전력이 있다. 아마 다 철수하더라도 주일미군은 철수하지 않으리라는 이유를 찾으라면 이만한 이유도 없을 게 분명하다. 주일미군은 너무도 명백하게 2차대전 승전국의 주둔이며, 미국은 아시아 지역 안보 주도권의 교두보로 주일미군을 활용하고 있다. 일본의 무기 체계 또한 철저히 미국에 종속적이라는 점은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미국으로서는 아쉽게도 일본은 섬나라다. 후방 역할은 해도 전방은 영원히 될 수 없는 지정학적 한계가 분명하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한반도야말로 미국에는 최전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전방 기지이자 경제적 가치로서도 절대 물러설 수 없는 매력적인 곳이 한반도인데, 미국으로서는 미지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그것도 전쟁 당사국인 북한이 핵무기와 ICBM까지 만들고 설치면 이건 미국으로서는 보통 일이 아니다. 내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 그냥 놔두면 연쇄효과로 말미암아 일본까지 들썩이게 될 텐데 공격도 만만치 않다. 섣부르게 건드리면 동아시아 전체가 미국이 통제할 수 없는 상태로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모두 핵무기를 들고 설쳐대면 미국이 설 자리는 아예 사라질 게 뻔하다.

북미 간의 대화 양상은 이런 관점으로 보면 대개 예측이 가능하다. 중국 그리고 러시아, 일본, 한국이 대놓고 반대할 명분을 주지 않으면서 실리를 놓치지 않겠다는 게 미국의 바람이고, 반대로 중국은 북한이 완전한 친미국가로 돌아서지 못하도록 개입해야 할 이유가 명백하다. 한편, 남북의 결속이 강화되면 이 또한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등에는 불안의 요인일 수도 있다. 지정학적 요충지인 한반도에 강력한 정치공동체 또는 통일국가가 나타나면 완충의 역할을 넘어 주도권을 행사하는 존재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한반도를 둘러싼 변화를 어떻게 읽고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각국의 장래는 달라질 수 있다. 공동의 번영이 가장 좋은 결과라면, 트럼프나 김정은처럼 기준을 바꾸는 실질적 힘의 행사도 필요할 테고 한편으론 알고도 속아주는 큰 장사꾼의 지혜도 필요할지 모른다. 분명한 게 하나 있다면 그건 기준의 설정이다. 일도양단, 건곤일척을 무릅쓰더라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기준을 세우고 이를 분명히 하면 상대가 생각을 바꾸는 게 세상살이이듯 말이다. 필요하면 눈치를 볼 게 아니라 분명히 요구해야 한다. 그게 신뢰를 쌓는 첫걸음이다.
 

박정원 편집위원  pjw@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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