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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운전석에 앉혀진 문재인 대통령자유주의 국가의 정치 행위에는 여론이 중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기술이든 김 위원장의 배포이든 간에 당장 우리 정부의 입장은 곤혹스러워졌다.

그런 가운데 "안이한 타협보다는 안 하는 게 낫다."라는 식으로 반응하는 일본의 자세는 마치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밉다."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얄밉다. NHK는 일본 정부 내부의 분위기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그동안 ‘배드 딜(나쁜 합의)보다는 노 딜(무 합의)이 낫다'는 방향으로 미국과 조정을 해왔다.”라고 보도했다. 납치 문제와 연결해 대북지원을 안 하겠다면서 북미정상회담에 시큰둥한 반응을 내보이더니 3.1절 한국 여행 주의보를 발령하는 등, 일본의 최근 행동은 외교적 예의를 벗어났다.

그동안 일본 정부 인사들은 북·미 회담이 가까워질수록 제재 완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더 강하게 밝혀왔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상은 22일 기자회견에서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사업 재개에 대해 “한국이 말하는 것은 제재와는 관계가 없는 이야기이며, 이는 제재가 해제된 뒤의 이야기로 이해하고 있다.”라며 반대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유엔 제재의 연장 선상에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도 연결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웃으며 악수를 하고 있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트위터>

한편, 북미정상회담이 시작하는 당일에 미국 국내에서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하원 감독개혁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을 ‘사기꾼’, ‘인종주의자’ ‘범죄자’라고 부르며 폭로성 증언을 했다. 진실이 무엇이든 변호사였던 사람이 의뢰인이라 할 사람의 과거 행적을 두고 이런 행동을 보인다는 것부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외교 현안인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엉성한 합의를 대가로 우리의 지렛대를 팔아치울 준비가 된 것 같다.”라며 “북한과 중국 모두에 대해 항복의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라는 식으로 미리부터 비판했는데 이에 대해 오바마 전 대통령의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벤 로즈’는 “국내에서 우리는 이런 일들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황색언론들의 소설에서 또 다른 전기 정도로 보지만, 그 축적되는 효과는 해외에서 미국의 지위에 대한 점진적 약화”라고 말했듯이 미국 주류 언론에서도 코언 청문회로 인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 조율 능력 약화를 우려했다.

일인 독재 체제인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볼 때 아무리 강대국이라지만 미국 대통령의 처지는 과연 어떤 것이며, 이런 정치 체제를 가진 자유주의 국가와 하는 약속에 대해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법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당장 국내만 보더라도 남북문제를 정략적으로 대하는 정치세력이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입장을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유추해보면 소위 자유주의 국가의 약속을 신뢰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다. 군대를 뒤로 물리는 초강수를 두면서 개성공단을 열고 금강산 관광을 허용해도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을 직접 접한 쪽은 다른 곳이 아니라 북한이다.

그렇다고 정치 체제를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당장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의 평화 정착 문제는 또다시 우리 손에 들려졌다. 북미 간에 대타협이 이루어지면 쉽사리 얻어질 것 같았던 일인데 역시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더니 지금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중대한 고비를 넘기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아니, 세워졌다.

국제 정치든 국내 정치든 자유주의 국가에서의 정치 행위에는 여론이 항상 큰 영향을 끼친다.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주시해야 할 지점은 여기에 있다. 먼저 언급한 일본 등 국제적인 부정적 시각도 존재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미국 내 여론이다. 협상의 결렬이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여론이 비등해지면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늘어난다는 아주 간단한 원리를 이해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이를 끌어낼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 몇 주 내에 우리 정부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 지형에 엄청난 변화가 생겨날 수 있다는 현실을 가벼이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도해야 하고 작지만 강한 운동이 생겨날 때 주변도 끌려드는 법이다.

 

박정원 편집위원  pjw@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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