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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스템을 북한에 심어야 한다안철경 보험연구원장 내정자 인터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북한의 개방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렇다면 북한에 우리 기업들도 많이 진출하게 될 텐데 이때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보험이다. 특히 손해보험 분야는 시급한 부분이며, 나아가 북한 내에서 보험 사업을 하는 것 또한 우리 보험업계에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 2월 26일, 안철경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원을 만났다. 북한의 보험에 대해 궁금했기 때문이다. 마침 어제 날짜로 차기 보험연구원장에 안철경 선임연구원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보험연구원장 내정 뉴스에서 느낀 신선함은 지난 2008년 설립한 보험연구원이 첫 내부승진자를 배출하게 됐다는 부분이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내정자 [2019. 2. 26. 촬영]

안 전 부원장은 보험업계에 30년간 몸담아 온 실무형 보험학자로, 지난해까지 보험연구원의 부원장으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선임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입김에 눌린 낙하산 인사가 대부분 보험연구원장으로 선임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의 경우에는 금융당국의 개입 없이 공정경쟁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안 전 부원장의 원장 선임은 의미 있는 결실”이라는 업계의 평가는 그래서 느낌이 좋다.

이외에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대외협력이사, 한국리스크관리학회 부회장, 서울특별시 금융산업정책자문단 위원, 우정사업본부 보험적립금운용분과위원회 위원,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및 금융소비자권익제고자문위원회 자문위원 그리고 IBK기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 경영예산심의회 위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월 26일의 인터뷰는 약 1시간 넘게 이어졌는데 받은 자료가 많다. 북한의 현황, 법률 검토, 개성공단 사례 등 다수의 자료 중에 눈에 띄는 보고서가 있기에 이것부터 물어보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뭐냐면, 이제는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북한이 해외 재보험을 이용해 외화를 조달한 방법들에 대한 보고서였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독자의 편의를 위해 질문 등은 모두 빼고 내용을 요약했다.


북한의 보험 사기?

북한은 종래에 국영 보험사밖에 없었다. 조선민족보험총회사(KNIC)가 여러 보험 계약을 하고 이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자 해외 보험사에 재보험을 들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한다. 실제 사고가 있었는지 손해가 얼마나 발생했는지 정확히 알고 이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인데 현지 조사를 제대로 못 하게 한다.

해외 보험사에 재보험을 인수한 만큼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을 때 의심이 들더라도 이를 소송을 통해 거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서류를 위조하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어도 결국 보험금을 지급하게 된다. 물론 지금 북한은 이것도 못 한다. 북한의 핵 개발로 따른 제재에 북한 보험회사 또한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북한은 2008년도에 보험법을 개정해 민영 보험회사의 설립이 가능하도록 변경하였고, 실제 3개의 민영 보험회사가 설립되었다. 그러나 과거 사례들 덕분에 세계 보험시장에서의 신뢰도는 바닥 중의 바닥이다. 이 3개의 보험회사도 실제로는 국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보험금 지급을 위한 담보 능력 등이 현저히 부족한 것은 물론, 하락한 신뢰도 때문에 해외 재보험도 인수해주는 보험회사가 없다. 이렇게 땅에 떨어진 신뢰도를 단숨에 회복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므로 한국의 보험회사들에는 역으로 기회일 수 있다.

하락한 신뢰도는 우리 보험회사들에 기회

실제로 이런 사례는 이미 있었다. 영변 원자로를 동결하는 대가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orean peninsula Energy Development Organization, KEDO)가 북한 금호지구에 1백만 KW급 경수로 2기를 건설하기로 했던 사업이다. 모든 공사 시행 과정은 물론 시설 장비 등에는 갖가지 보험 등이 필수인데 경수로 사업 당시 북한은 북한 내 보험회사에 보험에 가입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총공사비 46억 달러에 달하는 사업의 보험을 북한 보험회사가 감당할 수 없다는 지적이 받아들여져 국내 보험회사들이 보험상품을 취급했다. 사업은 북한에서 이루어졌지만, 보험료는 한국의 보험회사들에 냈다는 뜻이다.

그 이후 사례는 개성공단이다. 개성공업지구보험규정에 보면 공업지구 내에서는 공업지구 보험회사가 단독으로 보험을 취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장 내의 사고는 물론 화재, 교통사고까지 모든 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정작 우리 기업들 다수는 가입하지 않았다.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더라도 과연 사고 시 보험금 지급이 제대로 이루어지느냐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국내 보험회사의 진출이 허가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이런 방향으로 협상을 다시 해야 하고, 이는 북한 보험 시장의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야 하는 문제다. 개성공단에서의 성공적 사례는 곧 보편적인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며, 공단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활동을 보장하고 손해로부터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북한과 정부 차원의 협의가 필요하다. 북한의 현행 보험법에 따라가기만 해서는 어렵다.

우리 보험회사들의 북한 진출 협의해야

한편, 정치적 변동에 따른 손실은 우리 정부가 남북경제협력사업보험으로 보장했지만, 이는 엄격히 말하면 보험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자산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한 보험금은 5,833억 원에 달하는데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이를 반납해야 한다. 설비의 손실이 생긴 부분이 있다면 일부 참작하겠지만,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휴업 손실 등은 전혀 보상하지 않는다.

북한 보험회사의 담보력은 현저히 부족하다. 나아가 북한은 현재까지 보험 사업을 외화벌이 용도로 이용한 측면이 있다. 정상적인 보험회사의 설립과 운영 경험이 부족한 현실에서 국내 보험사들이 북한 내 보험설계사 등의 수익성을 맞춰주면서 진출하는 것을 타진해볼 필요가 있다. 합자회사 형태, 재보험 방식, 대리점 방식 등 다양한 형식이 존재한다.

국내 회사가 단독으로 출자하는 보험회사 설립은 쉽지 않겠지만, 경제개방이 이루어지면 북한은 결국 보험산업 육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보험 시장도 개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인프라 건설 등 수많은 사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북한 정부가 모든 위험의 부담을 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업이든 보증과 보험은 꼭 들어가게 되어 있다.

북한도 현재 사회보험 형태는 운영하고 있다. 우리의 산재보험 등은 북한에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화재, 사고 등에 대한 손해보험 시장은 매우 초보적이고 더군다나 산업자본 형성을 위해 생명보험 시장을 육성할 가능성도 크다.

독일 사례를 보면 생명보험 자금이 산업자본 역할을 크게 했다. 왜냐하면, 생명보험은 장기자금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예를 보아도 처음에는 손해보험이 성장했지만, 경제가 발전하면 장기자금인 생명보험 시장이 성장하는 게 순서다. 정부 차원에서 세제 혜택 등 유인책을 써서 육성한다. 경제 발전에 따라 개인의 실소득이 커지면 예금뿐만 아니라 생명보험 시장으로 자금 흐름을 유도한다는 뜻이다.

생명보험은 산업자본 역할

북한 보험 시장에 중국은 매우 적극적으로 나설 것 같다. 현재 한국의 보험 시장은 완전 포화 상태에 있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의 보험 시장은 우리 보험회사들에도 큰 기회이다. 사회보장이 모두 된다는 게 사회주의 특성이지만, 국민연금만으로 노후를 준비하지 않듯이 자금이 형성되면 시장주의적 행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일례로 베트남의 경우 보험업계는 외국계가 거의 장악했다. 베트남에 외국계 보험회사들이 어떻게 진출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북한 보험 시장에 대해 미국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게 분명하다.

보험은 은행과 달리 단순하지 않다. 보험료라는 입구가 있다면 보험금이라는 출구가 있는 게 보험업이다. 보험은 자체 시장이 커야 위험 부담이 가능한 특성이 있다. 보험금 지급 능력은 곧 보험료로부터 생겨나기 때문이다. 시스템을 심어준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 보험 계약 단계와 보상 단계 등 보험 실무의 처리에 대한 기법을 전수한다는 건 다시 말해 우리 시스템을 이식한다는 뜻이다. 우리의 시스템을 심어야 우리 기업이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북한 경제가 살아나려면 해외로부터 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이런 측면을 고려해 북한의 WTO 가입, IMF,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 가입에 우리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너무 이른 것 아니냐 싶다가 어느새 이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한 세상이다. 처음에는 경협을 지원한다는 차원 정도에서 추진해야겠지만 이를 통해 북한의 금융, 보험 시장 육성을 돕는 것은 우리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우리의 시스템을 이식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시스템을 북한에 심어야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북한에 불리한 것을 요구하는 방식은 좋지 않고, 초기 단계에서의 위험 부담도 있는 게 사실이므로 국내 보험회사들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위험을 분산하는 등의 방법으로 진출을 검토하는 건 매우 필요한 순간이다. 북한 경제의 개방과 발전이 이루어지면 이루어질수록 보험은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대표적 분야다.

말이 통한다는 것 하나만도 엄청난 장점이다. 5천만 시장이 7,500만 시장으로 변할 수 있다. 1997년쯤, 독일 통합 사례를 통해 남북 간의 문제를 연구하고 발표한 이후 지속해서 사회주의권 보험 시장을 연구했지만, 남북 경협에 따른 보험의 역할 등을 제대로 연구한 사람은 국내에 많지 않다. 보험은 물론이고 우리 경제 자체가 위기 상황인데 북한은 기회이기도 하다.

 

박정원 편집위원  pjw@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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