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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척의 고통, 세월호 참사 5주기

이순신 장군은 셋째 아들이 왜군과 싸우다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하늘이 어찌 이다지도 어질지 못하는가? 간담이 타고 찢어지는 것 같다.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이치에 마땅한데, 네가 죽고 내가 살았으니 어쩌다 이처럼 이치에 어긋났는가? 천지가 깜깜하고 해조차도 빛이 변했구나……. 내가 지은 죄 때문에 화가 네 몸에 미친 것이냐! 내 이제 세상에서 누구에게 의지할 것이냐!"라고 난중일기에 기록해 통탄을 금치 못했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천붕(天崩)이라고 하고, 자식이 먼저 가면 참척(慘慽)이라고 한다. 부모를 여의는 것은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고 자식을 잃는 것은 땅이 꺼지는 아픔이라는 뜻이다. 부모의 상(喪)을 당하면 무심한 세월을 한탄하게 되지만, 자식을 떠나보내면 하늘을 원망하게 된다.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호곡은 창자를 끊는 듯 참담하다는 걸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알까.

생전에 남편과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소설가 박완서는 참척(慘慽)에 대해 “자식을 앞세우고도 살겠다고 꾸역꾸역 음식을 처넣는 어미를 생각하니 징그러워서 토할 것만 같았다”라고 일기에 썼다고 한다.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라고 하더니, 이처럼 자식에 대한 애틋한 정을 표시한 말도 없을 것 같다.

만나면 헤어지는 게 인생이라지만, 인간은 수긍할 수 없는 이유로 헤어지게 되었을 때 이를 받아들이기가 더 어렵다. 구할 수도 있었는데 못 했다면 또 어떻겠는가? 5년 전 그야말로 생때같은 자식들이 어른들의 말을 잘 따르다가 죽었다. 거대한 배가 왜 갑자기 침몰하게 되었는지, 바닷물이 차고 있는데 왜 가만있으라고 했는지, 죽어간 아이들은 물론이고 이 나라의 부모들은 그 누구도 그날에 있었던 일을 수긍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생때같은 아이들을 먼저 보낸 우리 사회의 어른들은 죽을 때까지 이 참척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잊을 자격도 없고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2014년 4월 16일 476명이 탑승한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침몰을 시작한 시간은 오전 8시 50분 경이었지만 10시 13분 선장과 선원들을 해경 함정을 이용해 탈출했고 사고 후 1시간 반이 지난 10시 30분까지도 민간 어선이 생존자를 구출할 수 있었는데 결국 299명이 사망했고 5명의 시신은 아직도 수습하지 못해 총 304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침몰한 것도 문제이지만 구조하지 않아서 희생이 커졌다는 아픈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가만있으라는 선내 방송을 믿고 기다리다가 차가운 바닷물에 잠겨 248명이 사망했고 2명은 아직도 바닷속에 있다. 선생과 승무원 등 나머지 사망 실종자 54명 또한,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들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 땅이 꺼지는 아픔….

 

박정원 편집위원  pjw@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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