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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명칭부터 바꾸자남북협력부, 북남협력부

남북한, 나아가 북미 간의 협상 국면에서 우리는 과연 중재자인가 물어보면, 한국 국민 누구도 중재자에 그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게 분명하다. 전쟁을 치르더라도 한반도에서 할 테고 통일을 해도 한반도 문제이니 이래저래 우리는 당사자인 게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미국 눈치 보랴 북한 눈치 보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북한은 북한대로 불만이고 제재 효과가 떨어질까 봐 미국 또한 한국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 제재를 아무리 길게 끌어도 북한이 변할 것 같지도 않고 한국 내 여론도 정쟁의 도구로 이용되는 등, 갈라지고 있는 것도 큰 문젯거리다.

오늘, 미국의 소리(VOA)는 남북한이 통일할 경우 초기 비용만 적어도 1조 달러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란드’ 부소장은 15일(현지 시각) 열린 '한반도 통일과 미-한 협력' 토론회에서 통일 비용으로 1조 달러를 제시하며 "(한국은) 비용 마련을 위해 모든 재원을 가져와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놀란드 부소장은 북한을 당장 안정시키기 위한 초기 비용이 1조 달러라면서 "한국 정부는 어려울 날을 대비한 재원을 축적하기 위해 상당히 보수적인 재정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북한(DPRK)이라고 불리는 커다란 우발채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잔칫날 기다리느라 굶을 수는 없는 법, 당장 국내 경제 문제가 심각한데 정부의 재정 정책을 보수적으로 운용한다는 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맞지도 않을뿐더러 자칫 통일 역량 자체를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력은 통일의 필수조건이다.

북한이 핵을 만든 이유는 자명하다. 정권의 의지였을 테니 이는 결국 체제 보장이 가장 중요한 동기라는 뜻이다. 70년대 이후 항상 어려웠던 경제인데 인제 와서 뭘 못할까 싶은데, 핵과 미사일 기술의 발전은 재래식 전력에 들일 비용을 줄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더 버틸 여력이 생겼다는 건 북한에 안 가본 사람일지라도 논리적으로 알 수 있다.

한미 군사훈련을 아무리 강력하게 해도 이제부터는 눈도 깜빡하지 않을 자신감이 생겼을 것 같다. 여기에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과 이번에 시험 발사했다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등이 실전 배치된다면 북한과 미국이 전쟁에 돌입할 경우 당장 평택부터 잿가루가 될 게 뻔하다. 전 세계 최대의 미군기지가 있는 곳이 평택이다.

평택에 미사일이 날아오면 주권국가에 대한 공격인데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반격하는 건 당연지사이고, 결국 제2의 한국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노래 "우리의 소원"을 북한에서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통일을 이루자. 이 나라 살리는 통일, 이 겨레 살리는 통일, 통일이여 어서 오라, 통일이여 오라."라는 가사처럼 우리에게 통일은 중대한 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통일을 말하면 말할수록 통일이 더 멀어지는 현상은 흔하게 이어져 왔다. 어린 시절 우리가 흔히 들었던 말이 "북진 통일"이고 북한의 통일 전략을 두고 가르친 게 "적화 통일"이듯이 통일은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온 일이 많았다. 통일이란 최종적으로 2개의 권력이 하나로 합쳐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권력 차원에서만 보면 결코 반가운 일도 아니다.

한국 사회는 경제적 문제도 걸림돌이고, 북한은 정권의 한계가 있어서, 통일이란 말로 하기는 좋을지 몰라도 실제로 행하기에는 엄청난 각오와 변화를 감수해야 하는 중대사일 수밖에 없다. 양쪽 국민의 통일에 대한 바람이 극대화되지 않으면 결코 쉬운 일도 현실이 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결국, 현상으로 보건대 통일을 진정으로 이루고자 한다면 당장에는 통일이라는 말을 안 꺼내는 게 상책이다.

유럽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였다. 하루가 멀다고 싸우던 그곳이 지금은 EU로 통합되어 있다. 민족과 언어도 가지각색이고 종교 문제로도 싸운 전력이 많은 유럽 각국이 정치 경제 공동체를 이뤘다. 공동체이지 통일된 국가는 아니다. 경제 공동체로 시작한 게 오늘날의 유럽 연합의 역사다.

아무리 공동체를 이루어도 언어와 민족이 다르니 한 국가로의 통일로 갈 리는 만무한데 남북한은 다르다. 점진적으로 공동체를 이루어가면 어느 날 다가오는 게 통일이라는 전략적 판단을 한다면 우리 시대에서 지금 해야 할 일은 통일이라는 말부터 꺼내지 않는 게 현명하다.

'통일부'를 '남북협력부' 등으로 개칭한다고 해서 미국 등이 뭐라 할 수 없다. 북한이 '통일전선부' 명칭을 '북남협력부'라고 바꾸는 걸 누가 말릴 일도 없다. 그런데 이는 남북 양측이 서로에 대해 통일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정치적 선언을 분명히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교류로 시작해 경제협력으로 단계적 발전을 이루는 일은 곧, 말로 하지는 않지만 통일의 초석을 쌓는 일이며, 남북한 서로의 적대적 의지를 약화시키는 효과적 수단이 된다. 나아가 미국 등 국제사회 또한 한반도를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하게 만드는 효과도 크다.

남북이 서로 신뢰하고 교류하고 협력하겠다는데 내심 막고 싶다 할지라도 행동으로 이를 실제로 막고 나설 나라와 세력은 있을 리도 없고, 나선다 한들 국제사회의 비난거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비핵화든 무엇이든 일단 우리에게 중요한 건 한반도의 평화이고 남북의 공동 번영이다. 당사자로서 우리가 가져야 할 당면 과제다.

행동하지 않는데 누가 거저 가져다주는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은 없다. 당장 명칭 바꾸고 북한에도 명칭 바꾸자고 제안하자. 국제사회에 우리 민족의 의지를 분명히 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변하지 않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그에 걸맞은 해법도 나오는 법이다.

당장에 내놓을 변하지 않는 전제조건이란 평화적 공존이고 공동의 번영이다. 이걸 이루면 통일은 양쪽 국민이 원할 때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게 분명하다.

 

박정원 편집위원  pjw@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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