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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않았는데 김정남 거론한 트럼프북한이 필요로 하는 과거, 미국이 필요로 하는 미래
  • 박정원 기자/편집장
  • 승인 2019.06.1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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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 WSJ)은 창간 이래 퓰리처상을 40회 수상해 최다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오랜 기간 미국 내에서 발행 부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일간지 중에 하나다.

그런 WSJ이 2017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사망한 김정남에 대해 흥미로운 내용을 다뤘다. 10일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정보원이었다고 보도하더니, 11일에는 김정남이 한국, 중국, 일본을 포함한 몇몇 국가의 정보기관과도 접촉했다는 내용을 다뤘다.

지난 7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워싱턴포스트(WP) 베이징 지국장인 ‘애나 파이필드’ 기자가 최근 출간한 김정은 평전 '마지막 계승자'(The Great Successor)에서 김정남이 CIA 정보원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한 바 있지만, WSJ의 보도는 훨씬 구체적이다.

위험에 대비해 자신의 가족을 보호하고 자금을 획득하기 위해 이런 관계를 발전시키려 했다면서 북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곤 했다는 게 보도 내용인데 아마도 2013년 12월 김정남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처형되자 북한 상층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각) 김정남의 미 CIA(중앙정보국) 정보원 설과 관련해 자신이 대통령으로 있는 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의 보도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그런 사실이 없었다거나 기자의 질문에 대해 모르겠다고 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전혀 다른 반응을 주도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전날 친서를 받았다고 소개하는 과정에서 "그의 이복형에 관한 CIA 관련 정보를 봤다."라며 "나는 내 체제 아래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그에게 말할 것이다. 확실하다"라고 김정남의 CIA 정보원 설을 꺼내든 후 "내 체제 아래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되풀이했다.

기자가 먼저 묻지도 않았는데 불쑥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보면 이는 무게감이 다르다. 이 발언만 놓고 보면 전임 행정부 시절 김정남이 CIA 정보원이었다는 걸 인정하는 듯한 해석도 가능한 정도인데 이를 무릅쓰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걸 보면 북한에 대한 메시지이자 공개적 약속의 표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에 연루된 미국 시민권자를 신속히 체포한 것도 그렇고, 이번 WSJ의 보도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등을 종합해보면 북한과 미국은 하노이 회담 이후에도 내밀하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추측이 단순한 추측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게 분명해진다.

과거의 문제가 있고 미래의 문제가 있다. 핵무기도 미사일도 현재 시점에 존재하는 과거의 산물이 있는가 하면, 생산을 통해 확대할 수도 폐기를 통해 축소할 수도 있는 미래의 문제가 있다. 개인적 짐작에 불과하지만, 북한이 필요로 하는 건 체제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과거 산물일 테고, 미국이 당장 필요로 하는 건 알 수 없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 단계를 넘어서야 과거의 산물 또한 필요에 따라 없애고 말고를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즈음 일련의 상황들은 정보당국을 동원해 김정은 체제에 위협이 될만한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걸 미국이 공개적으로 확약해 김 위원장의 불안 등을 덜기 위한 행동을 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

바야흐로 한반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2019년이 지나가고 있다. 대화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보면 희망적이다.
 

박정원 기자/편집장  pjw@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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