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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통일보다는 경제공동체부터”문재인 대통령의 스웨덴 의회 연설에 들어있는 남북관계 구상
  • 박정원 기자/편집장
  • 승인 2019.06.16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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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명칭부터 바꾸자"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남북한 국민의 통일에 대한 바람이 극대화되지 않으면 통일이란 결코 쉬운 일도, 현실이 될 수 있는 일도 아니며, 역사적으로 보건대 통일을 진정으로 이루고자 한다면 당장에는 통일이라는 말을 안 꺼내는 게 상책이라는 뜻의 글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6월 14일 스웨덴 의회에서 한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신뢰”라면서 세 가지 신뢰에 대해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남과 북 간에 세 가지 신뢰가 필요하다면서 그 첫째로 "남과 북 국민 간의 신뢰"를 들었고, 이어서 "대화에 대한 신뢰", "국제사회의 신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대화에 대한 신뢰" 부분에서는 "남북 간의 평화를 궁극적으로 지켜주는 것은 군사력이 아니라 대화"라면서 "서로의 체제는 존중되어야 하고 보장받아야 합니다. 그것이 평화를 위한 첫 번째이며 변할 수 없는 전제입니다. 북한이 대화의 길을 걸어간다면, 전 세계 어느 누구도 북한의 체제와 안전을 위협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단언했다.

이 연설에서 진짜로 의미심장한 표현은 바로 여기에 있다. "신뢰"란 타인의 미래 행동에 대한 믿음을 표현하는 단어로서 배신의 가능성을 항상 전제하는데 이 "신뢰"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방안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서로의 체제는 존중되어야 하고 보장받아야 합니다."라는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다시 음미해보면 매우 중대한 의미가 들어있다. 이는 단적으로 표현해 "통일"이라는 일종의 신앙과도 같은 표현을 쓰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보다는 평화가 우선이고, 언제일지 모르고 당장 현실 가능성이 없는 통일 논의로 남북 간 또는 남·남 갈등을 유발하기보다는 남북의 서로 다른 정치 체제를 인정하는 가운데 공존의 방법을 도출하자는 북한에 대한 제안인 게 분명하다.

이후의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들었는데 이 부분을 보면 북한 비핵화 등에 대한 구체적 방법론까지 제안하고 있다.

우선 "북한은 완전한 핵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합니다."라고 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는 실질적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당장 비핵화를 완성하라는 전제조건이 아니라 의지가 분명히 있다는 증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어서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 양자대화와 다자대화를 가리지 않고 국제사회와 대화를 계속"해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이 합의한 교류협력 사업의 이행을 통해 안으로부터의 평화를 만들어 증명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대화를 이어가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남북 간에 합의한 사업 이행을 동시에 병행하겠다는 의지가 역력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또한,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국제사회는 북한이 진정으로 노력하면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응답할 것입니다. 제재 해제는 물론이고 북한의 안전도 국제적으로 보장할 것입니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신뢰 회복을 위해 북한과 함께 변함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남북 간의 합의를 통해 한국이 한 약속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더욱 굳건하게 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하면 국제사회 또한 즉각적으로 그에 합당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의미인바 문 대통령은 이 부분에서 국제사회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선언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북한에 대한 제재 해제 등이 일정하게 이루어진 이후에 혹시라도 북한이 핵실험 등 다시 제재를 불러오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한국 정부 또한 노력하겠다는 일종의 국제적 보증까지 선언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남북이 함께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면 더 많은 가능성이 눈앞의 현실이 될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나 남북이 경제공동체로 거듭나면 한반도는 동북아 평화를 촉진하고, 아시아가 가진 잠재력을 실현하는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남북은 공동으로 번영할 수 있습니다."라는 게 문 대통령의 미래 전망이다.

결국, 세 가지 신뢰의 구체적 의미는 이렇다. 우선 남북 간에 전쟁하지 않는다는 국민적 신뢰가 형성되는 게 가장 중요하며, 이런 신뢰 속에 남북은 상호 간의 체제를 존중하고 보장하는 가운데, 대화를 통한 핵 폐기로 국제적 신뢰를 얻어 제재 해제를 이루고, 이를 통해 남북이 경제공동체로 거듭나자는 뜻이다.

EU처럼 아무리 공동체를 이루어도 언어와 민족이 다른 경우와 달리 남북한은 천만 이산가족이 존재하듯이 혈연으로 묶여있으며, 같은 언어를 쓰고, 한반도에서 오랫동안 같은 문화 속에서 함께 살아온바 민족의 단일성으로 보면 세계적으로 드문 경우에 속한다. 언제든 합쳐 한 국가를 이루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정도다.

그러나 통일이라는 전제를 두고 보면 권력의 개편이라는 중대한 걸림돌이 존재한다. 이건 혁명적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므로 대화와 협력을 통해 경제공동체를 이루고 살다 보면 어느 날 다가오는 게 통일일 수도 있다.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도 줄어들어야 하고 그런 과정 중에 권력 구조 등 정치 체제의 변화가 생길 수 있으며, 결국 남북한의 대중적 합의가 이루어졌을 때 이루는 통일이 가장 좋은 통일이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가 짊어진 당면과제는 갑작스러운 통일이 아니라 평화가 우선하는 가운데 남북이 협력해 공동의 번영을 이루고 공동체 의식이 생겨나도록 꾸준히 노력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문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그 의미가 절대 작지 않다. 우리 시대의 당면과제를 분명히 적시했기 때문이다.
 

박정원 기자/편집장  pjw@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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