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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하면 합법, 내가 하면 불법?노동신문 가지고 돈 버는 통신사들에 대한 단상
  • 박정원 기자/편집장
  • 승인 2019.06.2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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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연합뉴스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으며 훌륭한 내용이 담겨있어 만족스럽고 흥미로운 내용에 대해 심중히 생각해볼 것이라 말했다고 노동신문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 관련한 뉴스를 연합뉴스를 통해 접하는 경우가 흔하다. 당장 한국 내에서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를 정상적으로 접촉할 수는 없다. 정부 차원에서 막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연합뉴스는 지난 2017년 3월 정부 승인을 받아 노동신문의 해외판권 대행사인 일본에 있는 ‘코리아메디아’와 계약해 노동신문의 사진 등을 배포해 왔는데 지난 2018년 9월 ‘코리아메디아’로부터 '계약 갱신 불가' 통보를 받았고, 그 뒤 뉴스1이 판권을 따냈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올해 3월 이와 관련한 보도를 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19/2019031901320.html

해당 기사에 언급한바 통일부 관계자는 "노동신문의 해외판권을 가진 ‘코리아메디아’는 일본 법인으로 현행법상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라는 견해를 밝혔다고 한다. 한마디로 이들 통신사들이 일본을 통해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사에 보면 뉴스1이 독점 배포권을 계약한 것을 두고 연합뉴스는 뉴스1 측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한다. 북한 노동신문 기사와 사진을 정부 승인을 받지 않고 무단 반입한 뒤 포털사이트와 다른 신문사에 보도·배포한 것은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 승인을 받으면 합법이고 안 받으면 불법이라는 뜻인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시대착오적이다.

한편 북한 노동신문은 "계약 기간이 지났음에도 저작물 계속 이용하는 건 무허가 이용"이라고 연합뉴스 측을 비판했는데 지금도 연합뉴스는 잘도 사용하고 있다. 뉴스1의 불법행위는 그것대로 따질 문제이지만, 연합뉴스가 북한 매체의 저작권을 함부로 쓰는 것은 따로 따질 것도 없이 불법이다. 이게 더 시대착오적이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9조의2 (남,북한 주민접촉) ①을 보면 "남한의 주민이 북한의 주민과 회합, 통신 그 밖의 방법으로 접촉하고자 할 때에는 통일부장관에게 사전에 신고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접촉 후 신고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나가다 옷깃만 스쳐도 접촉이라면 접촉인데 북한과 당장 전쟁을 하느냐 마느냐 싸우는 사이인 미국에서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그렇지만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 국적자는 잘못하면 범죄자가 될 수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의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게시판 등에 글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북한 주민 접촉신고’를 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 국적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겠지만 생각건대 단순히 보는 것 정도는 괜찮은 것 같다. 한국 내에서는 아예 접속조차 막았고 해외에서는 접속할 수 있지만, 게시판 등에 글을 써서 북한 주민에게 어떤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은 접촉이 된다는 게 아마도 통일부의 해석인 듯한데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북한은 반국가단체이며 따라서 북한 주민은 반국가단체 구성원이다.

그런 반국가단체의 사이트를 접속해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를 가져와 돈을 받고 팔아먹고 있으니 이걸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정부는 정상회담을 하느니 체제 보장을 하느니 난리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통일부는 통일을 위해 있는 부서가 아니며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은 교류하고 협력하자고 만든 법안이 아닌 게 분명하다.

조금만 지식이 있으면 대한민국 내에서도 북한 사이트는 언제든지 접속할 수 있다. 나아가 노동신문이 게재한 사진을 그대로 가져와 게재하면 저작권 위반이지만, 사이트를 캡처한 이미지를 첨부하고 기사 내용을 인용해 별도의 기사를 쓰는 것은 저작권 위반이 아니다. 한국 내 언론이 이를 기사화했다고 해서 해당 기사를 북한 주민이 읽었는지 알 수도 없을뿐더러 기자가 이를 미리 판단할 이유도 없다.

중요한 건 한 국가의 일관성이다. 법이란 건 지킬 수 있을 때 법이지 도저히 지킬 수 없으면 폭력이며 모호하면 특권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다는 내용을 보도한 노동신문 기사를 캡처해 여기에 싣는다. 돈은 한 푼도 안 줬다.

 

박정원 기자/편집장  pjw@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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