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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한반도다른 모습의 전쟁, 경제패권
  • 박정원 기자/편집장
  • 승인 2019.06.2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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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한국전쟁 70주년이다. 한반도의 비극은 제국주의 팽창과 일제 강점으로 시작했다. 1950년에 발발한 한국전쟁은 휴전 중일 뿐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사이에 미소 냉전은 끝났지만, 한반도의 대립은 이어졌다. 이는 동아시아 패권 경쟁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렇게 얘기하면 혹자들은 비판할 수 있겠지만, 그런 시대를 끝낼 기회는 북한의 핵무기 완성이 빨리 가져왔다. 타협은 투쟁에서 비롯하며 상대가 상대다울 때 비로소 성립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일본까지 나서 한반도 평화를 원하는 모습을 불과 얼마 전과 비교하기만 해도 무슨 말인지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군사적 평화가 완전한 평화라는 뜻은 아니다. 영원한 평화란 원래 없다는 원론적 이야기를 떠나 오늘날 지구촌의 전쟁은 과거의 전쟁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군사력을 동원하는 전쟁이 가능한 지역이 있는가 하면 여러 가지 이해관계로 말미암아 그게 불가능한 지역이 있다.

경제적 경쟁은 다른 모습일 뿐 전쟁과 유사하다. 강탈하고 다른 곳으로 떠나는 떠돌이 강도가 있는가 하면 자기 구역을 점하고 꾸준히 보호비를 뜯어가는 조폭이 있듯이 자급자족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한 국가의 경제구조에는 타국의 이해가 걸려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북한에 이런 이해가 걸려있는 나라는 거의 없었다. 있다면 중국과 러시아를 들 수 있는데 냉전의 잔재와 미국의 팽창에 대한 전선 구실을 한 북한에 대해 이들 국가는 천연자원과 식량 공급 등에서 협조했다.

그렇더라도 다른 나라들보다 이해관계가 깊다는 정도일 뿐 서로가 경제적 이해관계로 묶였다고 표현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여기서 말하는 이해관계란 특정 국가의 손해가 자국의 손해로 이어지는 관계를 말한다. 북한에 공장을 짓고 이를 통해 이익을 보는 경우 군사적 전쟁을 원할 리가 없는데 이런 정도로 대규모 투자를 한 나라가 없다. 당장 개성공단 입주 기업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알 일이다.

이를 나는 안전보장의 인질이라는 표현으로 가끔 썼다. 자기 구역을 정하고 보호비를 뜯어가는 조폭은 숙주의 죽음을 방관하지 않는다. 숙주가 건강할수록 이익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호 간 이해관계가 엮일 때 비로소 안전보장이라는 개념도 설득력이 생겨난다. 상대의 이익이 나의 이익과 맞아떨어지는 것만큼 신뢰를 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

미국이 말하는 포괄적 합의란 다른 게 아니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완성할지 목표를 정하고 실행 단계를 설정하자는 뜻이다. 북한의 주장은 다른 게 아니다. 목적지가 어디이든 그곳까지 가는 과정에 담보든 인질이든 차례대로 제공하라는 뜻이며 마지막 것을 내줄 때에는 이미 서로가 전쟁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북미는 이미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듯하다. 중국의 확장이 안 그래도 위협인 상황에서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포기할 리 없는 미국이다. 3대 세습은 어떻게 했더라도 세습을 지속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북한 정권 또한 전쟁 위협 해소와 경제적 성공은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 연착륙에는 시간과 아울러 그에 걸맞은 환경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 또한 스웨덴 의회 연설에서 "서로의 체제는 존중되어야 하고 보장받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통일이 국시(國是)라고 할 정도인 나라의 대통령이 북한의 체제를 존중하고 보장한다는 표현을 공개적으로 내놓았다. 국내 여론도 통일에 대해 유보적이다. 남북의 경제적 차이가 줄어들지 않으면 엄청난 손해가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통일을 이루는 것보다 평화가 급선무이고 교류와 협력을 통해 경제공동체로 우선 나아가자는 게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이 나누어져 있을 때 얻을 이익이 갑자기 합친 경우보다 크다는 게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다.

미국 대선 시기와 겹친 올해와 내년 사이에 북미는 모종의 결단을 할 가능성이 크다. 군사적 전쟁의 위기는 줄어들겠지만, 경쟁은 이전과 똑같이 치열하다. 이는 결국 한반도를 둘러싼 경제구조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경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역설적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게 군사력이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인류가 존재하는 한 전쟁 능력은 중대한 변수로 존재할 게 분명한데 북한이 초강대국과 대립할 수 있는 핵무기와 ICBM 등 비대칭 전력을 보유한 상태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건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일본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 보아 군사력에서는 남북한의 이해도 복잡하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란 말도 있듯이 방위 능력을 넘어 자주적 선택에 따라 주도권을 좌우하는 정도 이상의 무력을 갖추지 않으면 언제든지 침탈당할 수 있다는 건 현재진행형의 역사다.

포괄적 합의에 따라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생각건대, 북한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이미 완성한 핵무기는 종착지에 도달할 때까지 내놓지 않을 게 분명하다. 이걸 먼저 내놓으라는 건 몰상식일 뿐이다.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판단해보면.
 

박정원 기자/편집장  pjw@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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