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시사 정치·정당 박정원의 생각창고
정두언 의원을 보내며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
  • 박정원 기자/편집장
  • 승인 2019.07.17 19:11
  • 댓글 0

어제 오후, 정두언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이 16일 숨진 채 발견됐다. 참 황망한 일이다. 뉴스를 접한 후 정두언 의원 정도 되는 사람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 발끝도 못 따라갈 소시민은 왜 사나 싶은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보수 진영에서 보기 드문 사람 하나를 잃었다. 몇몇 인터뷰와 삶의 궤적을 찾아보면 그가 무슨 심정이었는지 충분히 이해할 것도 같다.

여의도 정치판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인간적 따뜻함이 급속히 사라진 게 아마도 가장 큰 원인일 것 같은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하듯이 중앙집중적 권력 구조 등 우리 사회에는 제도적 문화적 문제점이 적지 않다. 승자에는 환호하고 패자는 거침없이 무시하는 세태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힘을 가진 이의 옆에서 호가호위하는 등, 이른바 문고리 권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회 지도층과 권력 주변에서 능력과 소신 등 근본적 경쟁력이 도외시되는 행태도 그렇거니와 이 과정에서 인간적이지 않은 일도 비일비재한 게 현실이니 사회적 모범이 될 리도 만무하다.

권력을 잠시 가지는 이유는 권력을 위임한 시민의 삶을 더 낫게 하자는 동기일 텐데 이게 가능해지려면 무엇보다 다양한 생각 만큼 권력이 나뉘고 합의의 과정이 있어야 하지만, 제도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우리 사회는 자기와 다른 생각에 대해 야박하며 야만이라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패자에게 가혹하다.

권력은 사유화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기여를 잠시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뿐만 아니라 요즘은 사회적 실패, 경제적 실패가 가정의 해체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게 사람 사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사람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사회적 실패나 경제적 어려움 자체가 아니라 인간적 서운함에서 비롯한 자괴감이 본질적 문제다.

지난해 정두언 전 의원은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했는데 당시 그의 심정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 아래에 링크를 걸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마지막 꿈이 심리 상담을 해주는 카운슬러가 되는 것이라면서 자격증도 땄다고 밝혔다. 카운슬링을 하다 보면 자기 자신도 스스로 카운슬링이 되기 때문에 자신도 치유하고 남도 치유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무죄가 나온 재판이었지만 재판 중 구속되어 10개월을 감옥에서 생활한 후 삶의 변화에 대해 그는 "세상에 나오니까 점점 도루묵이 되더라(웃음). 나를 기다리는 건 배신이었다. ‘이제 정두언은 끝났구나’ 생각했던 사람들이 등을 돌렸다. 평온이 깨지고 분노와 증오가 서서히 생겨났다."라고 밝히고 있다.

여의도를 떠나서 바라보는 정치에 대해서도 그는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기능만 따지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사회 통합이랄지, 이해관계 조정이랄지. 그러나 부정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정치란 결국 거짓과 기만, 위선의 세계다. 지금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질 정도다.”라면서 다시 정치를 한다면 “멀리서 보면 좋아 뵈는 ‘100미터 미인’이 아니라 ‘1미터 미인’이 되고 싶다.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는 걸 보여주고 싶다.”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802230429648709

 

박정원 기자/편집장  pjw@pressbyple.com

<저작권자 © 프레스바이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정원 기자/편집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