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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착 왜구”라는 뜻은 아니다똑같은 출발선이었느냐는 의구심은 든다
  • 박정원 기자/편집장
  • 승인 2019.07.26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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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누군가와 대화 중에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 남편과 일본인 부인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들 가정의 후손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으며 이들의 일본에 관한 생각은 어떨까에 대한 내용이었다.

36년이란 시간은 꽤 긴 세월이다. 36년 하면 한국인 누구나 머리에 떠오를 시대가 있다. 일제 강점기가 바로 36년 이어졌는데 식민지와 피식민지라 해도 사람이 섞여 사는데 연정(戀情)이라고 전혀 없었을까?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이 결혼해 후손을 만든 일도 많았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들이 그렇지 않은 다른 이들과 남다른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피식민지 국민 처지일지라도 일본인과 결혼한 경우 여러모로 보아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훨씬 나은 환경에 처했을 것 같은데 이는 경제적 차이로도 나타났을 게 분명하다. 권력이 일본에 있는데 아무렴 피식민지 일반 국민과 똑같은 대우를 받았을 리는 만무할 것 같다.

한국 남자와 일본 여자, 한국 여자와 일본 남자, 어떤 경우에도 어느 한쪽이 일본인이 있는 가정은 지배국인 일본으로 보면 자국민에 따르는 대우를 하거나 최소한 피식민지 일반 국민보다는 우대했을 테니 정보나 행정 처리 등 여러모로 유리한 환경이었을 테고 그런 배경을 바탕으로 일제 강점기에 부의 축적 또한 남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 있었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1945년 8월 15일이 찾아왔다. (솔직히 독립인지 해방인지 지금도 헷갈려서 이렇게 썼다) 부부가 모두 일본인인 경우는 대개 일본으로 돌아갔다. 재산 중에서 동산이야 가져갔겠지만, 부동산은 가져갈 재주가 없을 테니 그래서 남은 게 적산가옥 등이다. 적이 소유했던 토지, 주택 등 각종 부동산과 동산 등을 일컬어 적산(敵産)이라고 칭한다. '자기 나라 영토 안에 있는 적국의 재산'을 뜻하는 게 적산이다.

그런데 어느 한쪽이든 한국인일 때 적산에서 벗어난다. 주인이 버젓이 있는 재산이니 당연하며, 특별히 친일해서 반민족행위자로 낙인이 찍힌 경우가 아니라면 큰 문제 없이 재산권을 지켰을 게 분명하다. 그럼 이런 방정식이 나온다.

일제 강점기 동안 피식민지 국민 대다수보다 상대적으로 재산을 불리기 쉬운 처지였는데 일본이 물러간 이후에도 이걸 그대로 보존했고 그 후손들도 버젓이 한국인으로 살아가면 방정식에서의 미지수는 보나 마나다.

기초 재산이 그나마 있었던 이들이 훗날 경제 발전의 과정에서 재산을 늘리기가 남들보다 훨씬 유리했다는 가정은 그저 가정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금은 대개 3대 이상으로 이어진 후손들일 테니 숫자도 많아졌을 것은 물론이고 이들 대다수는 평균보다 재산도 더 많았고, 이후 어려운 시기였을지라도 있는 재산을 토대로 좋은 교육도 받아 이른바 출세도 한 사람이 부지기수였을 텐데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일본이 그렇게나 미울까 싶은 짐작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이들을 요즘 회자하는 “토착 왜구”라고 비아냥대려는 뜻은 아니다. 왜구(倭寇)란 한마디로 노략질을 조직적으로 행한 존재를 뜻하는바, 역사를 살펴보면 4세기 말부터 16세기까지 한반도와 중국의 해안 지대를 약탈하고 밀무역을 일삼던 무리인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해적금지령을 내리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므로 설마 지금까지 왜구가 있을 리는 없을 테니 그런 뜻은 아니지만, 어떤 경우든 경쟁이란 똑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해야 공정한 법, 돈이 돈을 버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현상으로 볼 때 우리 현대사에서 부의 집중과 양극화의 심화는 시작부터, 다시 말해 일제 강점기 이후 똑같은 출발선이 아닌 데에서 비롯하지 않았느냐는 생각은 해볼 수 있을 듯하다.
 

16세기 왜구들의 활동 범위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박정원 기자/편집장  pjw@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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