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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잠재적 범죄자인가?자영업자는 채용한 근로자보다 무조건 많이 번다는 단정…
  • 박정원 기자/편집장
  • 승인 2019.07.29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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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도 쉬지 못하고 일했다. 새벽에 돌아오는 버스에는 아주머니들이 한가득하다. 어딘가 큰 건물들에 청소하시는 분들이 거의 전부다. 서울 시내 심야버스의 주요 고객은 대리운전 기사들이고 새벽 첫차의 주요 고객은 이렇게 청소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버스회사 사장은 이런 분들의 요금과 정부 보조로 어떻게 사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어제 누군가 기사 하나를 페이스북에 링크했다. 자영업자는 월수입이 0원일지라도 무조건 직원보다 많은 건강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다.

한국경제 인터넷 기사 캡쳐

(기사 링크: "자영업자, 月수입 0원이라도 무조건 직원보다 건보료 더 내야")

해당 기사 내용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38조가 그 근거라고 하는데 솔직히 믿어지지 않아서 직접 확인해봤는데 진짜 맞다. 이 규정은 2000년도에 생겼다는데 당시에는 자영업 소득파악률이 50%도 안 되는 상황이었고 사업주가 자신이 고용한 직원보다 소득이 적을 리가 없다는 전제로 만든 규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2016년에 벌써 86.1%까지 올랐다는데 이 조항은 2000년도가 아니라 2013년에도 개정되어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제38조(보수가 지급되지 아니하는 사용자의 보수월액 결정) ③ 제1항 및 제2항에도 불구하고 제1항 제1호 및 제2호에 따른 확인금액 또는 신고금액이 해당 사업장에서 가장 높은 보수월액을 적용받는 근로자의 보수월액보다 낮은 경우에는 그 근로자의 보수월액을 해당 사용자의 보수월액으로 한다. <개정 2013. 9. 26.>

이 조문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1항에 보수가 지급되지 않는 사용자의 보수월액을 산정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수입으로서 객관적 자료를 통해 확인한 금액, 수입을 확인할 자료가 없는 경우에는 사용자의 신고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3항에는 이렇게 산정한 금액이 해당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중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사람보다 낮은 경우는 무효다. 이런 경우는 최고 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보수월액을 사용자의 보수월액으로 규정한다는 게 이 조항의 뜻이다.

한마디로 적자를 봐도 채용한 근로자 중 최고 임금을 받는 금액에 따라서 건강보험료를 내라는 뜻이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소득파악률이 낮든 높든 그건 당연히 국가 책임이고 무죄 추정의 원칙처럼 국민은 누구나 선의로 세금 신고를 한다는 전제에서 행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자영업자는 세금 신고를 허위로 한다거나 근로자보다는 무조건 많이 벌 것이라는 전제로 조세 행정이 이루어진다는 게 눈으로 확인하고서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는 이런 행정이 어떻게 문명국가에서 버젓이 이루어질 수 있나? 말로는 뭐라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로 참담한 심정이다.

 

박정원 기자/편집장  pjw@pressby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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