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시사 정치·정당 박정원의 생각창고
우리도 일본 백색국가 제외?말도 안 되는 발상
  • 박정원 기자/편집장
  • 승인 2019.08.08 19:26
  • 댓글 0

정부가 한국의 백색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하기로 발표한 후 해당 안건이 총리 주재 회의에서 처음 다뤄졌다고 한다. 일본 정부가 2일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 관리령 개정안을 가결하자 이에 대한 '상응 조치'로 당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 발표한 바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말도 안 되는 발상"이며 불필요한 논란이다. 누군가 상대를, 그게 개인이든 국가든 좋고 나쁨이나 혹은 옳고 그르다는 식의 잣대를 대고 이를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경우 신뢰는 생겨날 수 없다. 불안의 원인은 불확실성에서 출발하고 상대방의 주관적 판단이 어떨지 모르는 상황을 좋아할 사람은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한 데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일본 국내 정치의 도구일 수도 있고 북한 핵 문제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변화에 대한 우려의 일단이 드러났다는 해석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해석일뿐 일본 정부의 조처에 대해 비판할 소재는 바로 형식적 논리의 부재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리스트에 올리고 내리는 게 자국 정부의 자의적 결정인 것 같지만 백색국가 등재에도 조건이 존재한다. 대량 파괴 무기에 대한 4개의 다자수출통제체제 가입이 그 기준인데 NSG(Nuclear Suppliers Group, 핵 공급 그룹), MTCR(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 WA(Wassenaar Arrangement. 바세나르 협정. 재래식 무기에 대한 수출 통제 및 제한), AG(Australia Group, 오스트레일리아 그룹. 생화학 무기에 대한 감시 및 통제)다.

4개 조약에 모두 가입했다고 전부 백색국가에 등재한 것은 아니다. 터키와 우크라이나는 4개 조약에 모두 가입했지만, 수출관리 및 통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일본은 이들 두 나라를 백색국가 명단에 등재하지 않았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를 통해 일본 등 29개국을 사용자포괄수출허가 대상인 '백색국가'로 지정, 포괄 수출허가를 해주고 있다.

그러므로 일본 정부가 이번에 한국을 명단에서 배제했다는 의미는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한국의 수출관리 및 통제를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과연 한국이 대량 파괴 무기에 대한 수출관리와 통제를 제대로 못 했느냐는 부분에 있다는 뜻이다.

백색국가 명단에 들었다고 무조건 감시와 통제를 안 한다는 뜻도 아니고 수출 허가를 간소화해줄 뿐인데 특정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일시적 또는 부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게 상식이지만,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가 상식적이냐 아니냐는 점을 다뤄도 못할 판에 우리까지 일본을 무조건 배제하고 나선다면 비판할 여지도 당연히 사라지게 된다.

이런 식이면 외국도 우리 정부를 신뢰하기 어렵지만, 국내 기업마저도 우리 정부를 믿지 못하게 된다. 근본적으로 화이트리스트란 우리 기업의 수출을 제한하는 목적에서 유래한 것으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국가를 지정한 제도인데 기존에 이어져 온 기업의 수출 활동이 단순히 정부의 보복 의지로 말미암아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는 거론할 가치조차 없는 몰상식한 행위인바 자칫하면 헌법소원의 대상일 될 수도 있는 문제다. 우리는 일본이 아니다.

 

박정원 기자/편집장  pjw@pressbyple.com

<저작권자 © 프레스바이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정원 기자/편집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